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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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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절찬을 받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귀국공연이 12일 끝났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달 28일부터 보름동안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에는 유료관객만 4만여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기록했다. ◆인기작가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각색한 대본에 김희갑이 곡을 붙인 이 작품은처음부터 성공할 만한 틀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작곡자는 정지용의 시 「향수」에 곡을 붙인 바로 그 김희갑이다. 어린 순종을 안고 부르는 명성황후의 노래에서는 나라의 앞날과 왕실의 안위를 근심하는 어머니 민씨의 자식사랑이 뭉클하게 전해진다. ◆압권은 마지막 장면의 합창 「백성이여 일어나라」다. <…용기와 지혜로 힘모아/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야 하리>의 가사가 말하는 메시지는 바로 오늘 경제난국을 맞은 우리의 결연한 의지와 용기를 일깨우고 있다. 백년전의 교훈을 잊고 망국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자신의 타락한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우리의 부끄러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 자체가 아니다. 정말로 수치스런 일은 국가신용의 부도에 있다. 온세계가 「한국인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좋게 말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지 그건 거짓말쟁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대통령후보 세 사람이 청와대에 모여 IMF협정을 준수한다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인기 좀 얻어 보겠다고 재협상론을 제기해 약속을 믿을 수 없게 한 것이 두 번의 국치를 자초한 원인이다. 「명성황후」공연을 놓친 후보는 비디오를 구해서라도 한 번 보고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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