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말께부터 원유도입에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 국난의 겨울을 더욱 춥고 어둡게 만들고 있다. 달러가 모자라는데다 국내 금융기관들마저 수입신용장 개설을 거부해 원유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까지의 원유도입분에 대해서는 이미 선적계약이 완료됐으므로 이 달중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계약에서 수송기간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우리는 1월말 이후 산업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을 꾸려 갈 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국내에 비축된 원유는 겨우 58일분이라고 한다.국내 은행들은 원유수입대금으로 현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유업체에는 달러가 없다. 외상수입을 보증하는 수입신용장을 개설해 줄 경우 허용액의 20%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므로 연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응할 수 없는 처지이다.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한 정유업계는 다른 방식으로 수입하느라 대금을 조기결제해야 하는데다 환차손은 눈덩이처럼 불어 갈수록 자금부담이 커지고 있다.
다급해진 통산부는 13일 가용외화자금을 원유 수입대금결제에 우선 사용토록 해달라고 재경원에 건의하면서 석유수입부과금의 징수유예조치, 민간의 석유비축의무량 하향조정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외환위기가 해소되지 않는한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우리나라는 오일 쇼크의 고난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에너지가격의 상승은 국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버스업계는 경유가격 폭등으로 운송원가가 올랐다며 정부가 경유가·물가와 버스운임의 연동제 등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을 경우 26일부터 버스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난의 근본원인인 외환위기의 타개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면서 범국민적 에너지절약운동을 펼쳐야 한다. 에너지는 곧 달러이니 우리 입장에선 더욱 아껴야 하며 그 운동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경제대책 추진위원회가 산업부문의 에너지 10% 절약운동을 추진하고 전자식 전광판·네온사인 등을 이용한 광고물의 옥외사용을 밤 12시부터 일출때까지 억제키로 한 것은 뒤늦기는 했어도 꼭 필요한 조치이다. 에너지 다량소비업소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각종 경기장의 야간조명 사용 억제와 가로 등 격등제도 많은 불편이 따르겠지만 참고 견뎌야 할 조치들이다.
정부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이미 전기 유류 등 에너지소비 절약과 지출억제를 위해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줄일 수 있는 것은 많다. 불요불급한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고 아파트의 난방온도도 더 내려야 한다. 아파트내에서 스웨터를 입는 일은 우리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시대에 시작되는 에너지소비 절약운동은 앞으로 경제난이 풀린 뒤에도 지속적인 국민운동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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