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혁방안공감 얻기엔 미흡/행정효율성 추구 불구 공무원 삭감 제시못해/인사청문회·선거공영제 부패방지법·당직경선 등은 각당 비슷한 입장나라경제가 「국제법정관리」까지 전락한 원인도 따지고 보면 경제를 정치논리로 잘못 풀어 온 탓이 적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가 제자리를 찾는 과제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다. 정치, 행정분야의 3당 공약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고 대체로 다음 몇가지로 정리하여 비교해 보고자 한다.
첫째, 3당 공히 삼권분립의 입법취지를 살려 권력분산을 도모하는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서는 차이가 크다. 먼저 행정부쪽으로는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은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하면서 책임총리제를 도입하여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어 맡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반면, 국민회의는 내각책임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정부형태를 변경할 경우에는 선거공약에 끼워넣기 보다는 이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도출하여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정한 인사정책을 위해 3당 모두 인사청문회를 두자는데는 의견이 같다. 중앙인사위원회나 인사청문회 설치는 대통령의 권력분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입법부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는 한나라당 공약은 국회운영의 생산성과 자율성을 높여간다는 선언적 정책인데 비해 국민회의는 예결산위원회 상설화 및 국회의장의 당적보유금지 등을 내걸고 있다. 국민신당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의장단 실질경선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법제도에서는 한나라당은 법률정비기획단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국민회의는 특별검사제 및 재정신청제도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개혁에 대한 공약은 제시되지 않았다.
둘째, 21세기 국가경쟁과 새로 전개되는 IMF시대에 대비하여 정부조직개편 및 행정개혁에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요구된다. 그러나 3당의 행정개혁공약은 국민 공감을 얻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한나라당은 21세기 첨단정부기획단과 정부경영진단기구를, 국민회의는 정부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정부조직개편에 착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조직에 전문성을 도입한다든가, 총액보수제를 실시해 선진공직사회를 건설하겠다는 한나라당에 비해 국민회의는 직업공무원제 및 직무급, 성과급제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공무원 실적평가제와 총액연봉제를 제시하고 있다. 3당 모두 공무원의 효율성확대를 추구하고 있으나, 공무원의 수적축소를 통한 경쟁력제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썽많던 논공행상에 의한 위인설관이 과연 사라질 것인지 의문이다.
셋째, 고비용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를 확대하자는데는 한나라당이나 국민회의가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완전공영제에 따른 국민세 부담 증가는 별도로 고려해 볼 일이다. 한나라당은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천제를 폐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정치색 배제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신당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도입 공약은 다원화사회에서의 다당제를 감안한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 방안으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부정부패방지법 제정을 내세우고 있어 입장이 같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3당 공히 선출직 및 중요당직에 대한 경선제의 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중심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회의는 정책연구기관육성법을, 국민신당은 국고보조금의 50%를 정책연구비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의 현주소를 보면 공약대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정책연구도 중요하지만 당원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양질의 당원을 확보하는 일이 정당정치발전을 위해 더욱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정치·행정분야의 공약을 총평한다면 나라전체가 IMF 태풍에 밀리고, 국민의 사기가 바닥 난 형편에 정부나 공직사회는 물론 정치권 역시 뼈를 깎는 각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함께 뛸 태세가 되어 있다는 공감대를 얻어내는데는 3당 모두 크게 미흡해 보인다.<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손봉숙>
◎베끼기 심각… 구약·공약이 많다/호남선 복선화 공약은 30년전부터 우려먹어/교육예산 6%·물가 3% 등은 3당 목표수치까지 일치
각 후보측에서 내놓은 15대 대선 공약집은 수백쪽에 이른다. 그러나 공약 내용을 분석해보면 과거 선거에서 몇차례나 우려먹었던 「구약」과 다른 당 주장과 똑같은 「공약」이 너무나 많다.
세 후보가 광주 전남지역 공약으로 내놓은 호남선 복선화 조기완공 공약은 이미 30년된 재탕공약이다. 지난 67년 6·8총선당시 공화당 정권에 의해 호남선 복선화공약이 처음 발표된 이래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때마다 나왔던 약속이었다. 하지만 첫 공약발표 20년만인 88년 대전―송정리 구간이 복선화됐을 뿐 나머지 구간은 방치되고 있다. 이번 공약도 예산 집행주체와 재원조달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과연 실현될까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또 제주도 전역을 면세지역으로 만들고 국제직항로를 증설하겠다는 제주관련 공약이나 진주·광양권 광역개발사업 등 경남관련 공약도 해묵은 것들이다. 세 후보측이 내놓은 공약중에는 목표수치까지 같은 것이 많다. 교육예산을 국민총생산(GNP)대비 6%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 예. 세 후보는 지난달 24일 한국대학총장협의회 주최 강연회에서 약속이나 한듯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민회의는 이에 대해 『우리가 내놓은 6%안을 다른 후보측에서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교육예산과 GNP를 연계한 것은 14대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측이지만 현재 실정에 맞게 6%안을 내놓은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총과 전교조 등이 주장하고 있는 7%안의 임기내 달성이 어렵고 1%확충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여건 개선효과가 있어 일단 6%수준으로 잡았으며 재원조달 방법까지 제시한 것은 김대중 후보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책국 관계자는 『다른 당 공약을 베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14대 대선때 발표된 GNP대비 5%수준 확보 공약이 실천된 점을 감안해 이보다 목표를 1% 높여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신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들의 GNP대비 교육예산 비율 평균이 6%라는 점을 참고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GNP대비 6%확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교육발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국민의 판단에는 혼란을 불러오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교육부 관계자가 『정부재정 긴축여파로 5%수준으로 확보된 내년 예산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어 차기정부에서의 6%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밖에 물가를 3% 수준에서 잡고 금리를 7%대로 인하하겠다는 등 경제관련 수치와 전국구 의원의 여성비율 30%보장 등 정치·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공약도 후보마다 비슷한 사례가 많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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