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막판 돌발사태가 발휘하는 힘은 커진다. 사태판단이나 진위여부를 가릴 겨를도 없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각 후보진영은 갖가지 폭로가능성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금전살포·병역 흑색선전 대비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막판폭로전을 경계하고 있다. 선거 1, 2일전에 다른 후보측에서 폭로가 나오면 미처 해명할 기회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당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부재자투표개시 직전인 10일 저녁 이재왕씨가 「이정연 고의감량의혹」을 폭로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일을 당해 당일에는 제대로 반격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게 그 예이다.
한나라당이 예상하고 있는 타후보진영의 공세거리는 금전살포,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의혹과 관련한 또다른 「흑색선전」이다. 이중에서도 「금권선거」부분은 사채시장 어음할인폭로가 상당히 구체적이었던 것에 비춰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비, 한나라당은 신속하게 맞대응할 수 있도록 당의 재정문제 등에 관한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 놓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당에 대한 공세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정도를 갈 것』이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색깔론문제 등의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북한변수·건강공세 대책신경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선거 종반에 돌발 변수를 만들기 보다는 경제위기 해결능력 등 포지티브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대후보측이 「북한변수」와 건강문제에 관한 막판 공세를 준비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특히 국민회의는 월북한 오익제씨, 고정간첩단 사건을 이용한 색깔공세가 휘몰아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13일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의 북한 당국 접촉사실을 발표한 데 이어 안기부와 청와대 비서진의 선거 개입사실을 잇따라 폭로하며 북풍 예방을 위한 선공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측이 오익제씨 사건을 조작, 과장하고 이어 TV찬조연설을 통해 이를 쟁점화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맞불 차원에서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추가 폭로와 TV연설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종반에 가면 병무청 직원 이재왕씨가 보유한 물증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유승우 기자>유승우>
◎“변수없다” 전망속 배제는 안해
국민신당은 선거가 불과 나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인위적」 돌발변수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라는 것이 말 그대로 가변적이고 불가측적이어서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예단할 수 없는데다, 상황 제어에도 나흘이란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가운데서도 국민신당은 상정가능한 돌발변수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자연발생적 변수로는 김대중 후보의 건강문제를 영순위로 꼽고 있다. 김후보의 건강에 결정적인 하자가 생기거나 발견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한 추가 「양심선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북풍변수도 거론된다. 막판 돈살포와 관련한 증언 또는 물증 제시, 이를 둘러싼 물고 물리는 공작과 역공작도 변수시장의 한 귀퉁이를 채우리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래전부터 말로만 떠돌던 이른바 「이인제 파일」에 대해선 폭로 개연성은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실체가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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