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설적 테러리스트 자칼/불 정식재판 받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설적 테러리스트 자칼/불 정식재판 받는다

입력
1997.12.14 00:00
0 0

◎70∼80년대 암살·인질극 등 악명/92년 궐석재판으로 종신형 선고냉전시대 서방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전설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48)이 12일 프랑스 파리의 한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성긴 머리에 짙은 콧수염과 금테안경을 낀 자칼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직업과 주소를 묻는 판사의 인정심문에는 『직업혁명가』 『전세계가 나의 주소』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70∼80년대 폭탄테러 암살 인질극 등 무차별적 테러를 자행, 80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자칼은 92년 파리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도피상태에서의 궐석재판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94년 수단에서 체포된 뒤 재판절차없이 감옥에 갇히자 그의 변호인이 정식재판을 요청한 것이다.

자칼은 프랑스에서만 6번의 테러로 17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그중 하나인 75년 2명의 프랑스 첩보요원과 레바논 공작원 살해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자칼은 『수단에서 나를 체포한 것은 납치행위』라고 반박하며 『미 제국주의와 시오니즘에 대항해 인류애와 팔레스타인 인민, 그리고 프랑스를 위해 싸운 혁명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반영하듯 재판정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무장경관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고 보디가드가 판사와 배심원을 호위했다. 자칼을 법정으로 이송할 때에는 중무장한 3대의 경찰 차량이 뒤를 따랐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본명이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인 그는 7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 회의장을 덮쳐 70여명을 인질로 잡아 5,000만달러의 몸값을 챙긴 후 유유히 사라지는 등 대담성과 잔인성에서 단연 세계 제1의 테러리스트로 악명을 떨쳐왔다.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변호사)의 권유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대학에 유학한 자칼은 이때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과 접촉하면서 극좌 투쟁이론에 심취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호막이었던 철의 장막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설상가상으로 후원자 역할을 하던 아랍회교국가가 자칼의 존재필요성에 등을 돌리면서 그의 활동반경은 급속히 위축됐다.

지난해 자신의 출생·성장배경 및 테러활동 등을 낱낱이 폭로한 책이 출간되자 출판사를 상대로 옥중소송을 벌이기도 했던 그는 앞으로의 법정투쟁을 위해 감옥속에서 프랑스법과 말을 익히는데 열중하고 있다.

스페인어와 러시아어, 아랍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그가 15일 다시 열릴 재판에서는 어떤 얘깃거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파리=송태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