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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한국일보사·한국시민단체협의회 대선공약 공동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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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한국일보사·한국시민단체협의회 대선공약 공동분석)

입력
1997.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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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보고 투표합시다/세 후보는 당선만 되면 유토피아가 될 것처럼 공약을 쏟아놓고 있습니다/과연 우리를 살릴 공약인지 겉만 화려한 공약인지 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합니다찍을 사람이 없다고들 말한다. 얼굴을 봐도 공약을 살펴봐도, 그 얼굴이 그얼굴, 그 말이 그 말이라고 한다. 투표를 4일 남겨두고도 마음을 잡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 작금의 경제·사회적 위기는 부동층을 더 확산시키고 있다. 그래서 수능시험 치르듯 정답과 거리가 먼 것부터 지워나가 마지막 남은 답안을 고르겠다는 얘기까지 들려 온다.

그러나 어쨌든 선택의 시점이다. 코 앞에 다가왔다. 누구를 찍을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무엇을 보고 찍을 것인가?」와 같은 것이다.

얼굴? 정당? 공약? 경력? 철학? 나이? 건강? 고향?

생각할 것은 많다. 이중 어떤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가는 유권자들의 자유이지만 바로 그 사회의 정치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선거는 정책대결의 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언론이나 각종 단체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 TV 합동토론회 등도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 정책 대결을 외면한 선거전은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지역감정으로 흘러 혼탁해지기 쉽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후보들은 병역공방, 사상논쟁, 실정의 책임문제 등을 서로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방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각 후보들이 주장하는대로 서로가 그만그만한 인간적 또는 정치적 흠집이나 결격사유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진상과 진실이 밝혀지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돼야할까?

그것은 바로 후보들이 밝힌 공약이 아닐까? 공약은 21세기 국가경영의 대임을 맡을 후보와 후보진영의 위기극복 능력, 국정에 대한 청사진, 창의력이나 비전 등 지도자적 자질을 정확하게 대변해 주는 것이다. 이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지도자상은 바로 이런 능력과 덕목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네오 포커스」는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한국시민단체협의회(상임대표 강문규)와 공동으로 세 주요후보들의 공약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검증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는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교육 여성 종교 등 각계각층의 72개 민간단체들로 구성됐다.

세 후보의 공약을 심층적으로 검증하고 분석한 결과 비현실적이거나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심지어 서로 겹치는 것도 있고 분야별로 상호모순적이기도 했다. 과거 공약 베끼기, 현 정권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도 새 공약인 양 들고 나온 경우도 있었다.

전혀 차별성이 없는 공약 몇가지를 보면, 모두가 『교육재정을 국민총생산(GNP)의 6%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IMF위기에 대해서도 『1년6개월만에 극복』 『1∼2년 안에 돌파』 등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외치면서도 인수 합병 통폐합 등의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주장은 서로 상충하고 있다. 예산은 10%가량 줄이겠다면서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농·어민 지원은 한결같이 늘리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남과 호남지역에 대한 각종 개발공약은 심지어 60년대 후반부터 국회의원, 지자체, 대선 등에서 나왔던 공약들이 많다. 또 저마다 고용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1%일 때 5만∼6만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3%의 저성장을 강요받은 실정에서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지도 의문이다.

세후보는 당선만 되면 유토피아가 열리는 것처럼 온갖 공약을 쏟아놓았다. 그러나 IMF의 구제금융 지원 발표 뒤 세 당은 공약을 뒤집거나 이행시기를 연기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불과 한 달 앞도 못보면서 5년 후를 장밋빛으로 그려놓은 것을 자인한 셈이다.

그러면 어떤 공약을 보고 찍을 것인가? 그것은 어떤 공약이 당장 입맛은 쓰더라도 우리를 살릴 약속인지, 아니면 겉만 화려하게 치장한 급조 공약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유권자들에게는 이같은 노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공약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은 과거의 선거에서처럼 후보들에게 공약과 거짓, 책임전가를 남발시킬 것이다. 또 유권자 스스로에게는 지연이나 감정적·정서적 요인들을 후보의 선택기준으로 삼으려는 후진국형 투표행태를 부추길 것이다. 그 짐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올 것인가?<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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