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벗어난 자금조달 사실상 불가능한데도/정부,개별국가 접근 지원요청 일 꼬이게 해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정부의 긴급외자조달전략은 「국제통화기금(IMF) 피해가기」로 평가된다. IMF를 정면상대하기 보다는 미국 일본 등 우방국에 쌍무적 자금조기지원을 요청하고 대규모 해외국채발행을 통해 단기급전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별 진척이 없다. 미국 재무부는 12일 한국에 대한 50억달러의 조기자금지원에 대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일본에 요구한 50억달러의 긴급지원(브리지론)도 연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0억∼1백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국채 역시 빨라야 내년초에나 발행이 가능하며 그나마 얼마나 소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정부의 외자조달 접근방식에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자간 지원체제인 IMF에 참여한 국가들과 쌍무적 협상으로 달러를 들여오려는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총 5백70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프로그램, 즉 「IMF패키지」중 미국 일본 등의 협조융자는 이른바 「2선」이다. 「1선」인 IMF와 다른 국제금융기구의 구제금융만으로 한국경제의 위기진정이 어려울 때 미국 일본 등은 추후 자금지원에 나선다는 것이 IMF패키지의 기본골격이다.
따라서 개별국가들이 자금지원을 하더라도 IMF틀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IMF가 한국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는한 아무리 우방국이라 해도 미국 일본이 먼저 움직일 리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일단 IMF정신과 구조조정계획을 차질없이 준수해야 하며 그래야만 개별국가에 대한 조기자금지원도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금융기관 정리지연, 현물출자, 금융권에 대한 11조원의 한국은행자금지원 등 최근 일련의 정책들로 정부는 IMF로부터 「경제적 희생 없이 돈만 바란다」는 구조조정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IMF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미국 일본도 납득하기는 어려우며 이들로부터 달러를 긴급 수혈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이날 미국관리들의 말을 인용, 『한국은 구조조정 약속이행을 국제금융시장에 납득시키기 보다는 새로운 자금출처만 찾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주식·채권시장개방, 대규모 해외국채발행 등 민간자본도입도 IMF틀안에서 추진될 수 밖에 없다. IMF의 신뢰없이 외국은행·펀드 등 민간투자자들의 투자재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태악화를 막으려면 IMF조건을 받아들여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조지 소로스의 발언(11일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와의 화상회견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50억∼1백억달러 규모의 외화국채를 발행한다 해도 한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한 소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IMF를 우회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정부의 외자조달전략은 IMF를 수용하는 쪽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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