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까지 지구촌 사인 1위 ‘악명’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생기는 염증을 말한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폐렴구균을 포함한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이다. 그밖에 화학물질, 방사선, 기도에 있는 이물질에 대한 알레르기반응, 여러가지 질병의 후유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폐렴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는 요즘같은 추운 겨울이다.
폐렴은 구미의 경우 20세기 초반, 나머지 국가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 전체 사인중 1위를 차지했던 인류역사상 가장 무서운 질병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1900년 인구 10만명당 202명이 폐렴으로 사망했고, 35년에는 절반인 104명, 70년에는 31명이 숨졌다. 노약자는 아직도 많이 걸리지만 항생제의 개발로 과거와 같은 위력은 많이 상실했다.
특히 발병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거쳐 원인균에 적합한 항생제를 쓰면 그렇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암이나 에이즈와 같이 폐렴 증상이 나타나면 곧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던 시대는 지난 셈이다.
폐렴 역시 다른 많은 질병과 비슷하게 역사가 길다. 기원전 1000년경의 미라에서 폐렴 소견이 발견됐다. 그 무렵의 의학서적에서도 폐렴을 나타내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폐렴이라는 병명은 「히포크라테스전집」에 처음 나온다. 당시에는 통증을 동반하는 흉곽부위의 모든 급성질환을 그렇게 부른 모양이다. 전집에 따르면 숨을 쉴 때 통증이 있고 기침이 나며 가래가 노랗거나 납빛이면 의사는 다량의 피를 빼내는 사혈을 했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