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IMF사태로 들끓고 있다. 일반인들은 IMF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이라는 원래 의미보다는 그로인해 한국이 당하게 될 경제적 고통을 빗대어 『나는 F학점이다. 낙제점을 받았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고 있다.이제 우리나라는 내년도 GDP성장률은 3% 범위내로 묶고 소비자 물가는 5%내로, 경상수지 적자는 43억달러 이내로 짜맞춘 「IMF 제복」을 입은 채 한 해를 살아가야 한다.
아마 잠재성장률보다 하향 조정된 저성장 기조와 다급해진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은 급증할 것이고, 기업간 M&A도 자본자유화를 기회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기업은 생애 최악의 생존경쟁의 파고에 휩쓸리면서 전쟁을 방불케하는 경쟁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하루하루를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절망하거나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단 위기에 직면하면 여기에 대처하는 우리 국민의 순발력은 대단하기 때문이다. 벌써 길거리엔 자가용 출퇴근이 스스로 절제되고 있으며 우리경제를 살리자는 자발적인 국민운동이 커다란 공감대를 이루어 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번의 경제위기를 결정적인 도전의 호기로 당당하게 맞을 채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우리국민은 세계 어느나라 국민보다도 창의력이 뛰어나며 아이디어가 많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디자인개발을 위한 큰 에너지이며 디자인 원천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기업들은 신제품개발이나 신시장개척에 앞장서서 우리나라를 세계 11대 무역대국으로 번쩍 들어올리는 훌륭한 성과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디자인의 수준은 매우 미흡하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중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선진국형 경쟁구조에서 우리 상품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82년 영국의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올 때 대처 총리는 「디자인 정책」을 기업회생의 전략으로 채택하였으며 이것은 성공했다. 또한 토니 블레어 현 총리는 금년 7월 거국적인 디자인 혁신정책을 강조하면서 과거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영국의 생산공장(Industrial Workshop)을 모두 디자인혁명을 일으키는 디자인공장(Industrial Design Workshop)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영국의 디자인진흥기관인 「Design Council」자료(1987)에 의하면 일정한 재원(100)을 신기술개발(95)과 디자인개발(5)에 각각 투자했을 때 매출증대 효과는 신기술(50)과 디자인(50)이 동일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더욱이 기술개발은 최단 2, 3년이 걸리므로 투자회수기간이 긴데 반해 디자인 개발은 상대적으로 단시일인 1년 내외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비상대책으로는 월등한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제품을 만드는 뉴디자인이나 기존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리디자인이나 그 위력은 동일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사례를 보면 속눈썹 성형기의 경우 신제품 개발로 첫해 2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는데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지도로 디자인을 개선한 결과 금년에는 수출실적이 1,000만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처럼 디자인 개발에 의해 매출이 연간 50%에서 무려 1,000%까지 급증하는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의 위기로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속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 기업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디자인이 비상구가 될 수 있다. 같은 기술, 같은 기능, 같은 품질의 제품을 가지고도 디자인의 승패에 따라 기업의 승패가 좌우된다는 「시장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엉뚱한 곳에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이 디자인 비상구를 찾아 위기를 탈출하고 기업성장을 약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경제의 체온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며 몸살을 앓게 될 것이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여 매출을 신장시키는 디자인 경영이 실천만 된다면 최단기간내에 36도의 정상체온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경영, 이것은 호황에는 기업성장의 최대전략이며 불황에는 위기탈출의 비상구로서 그 기능과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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