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갖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파산할 경우 세계경제는 어떤 몸살을 앓게 될까. 워싱턴 포스트는 11일자에서 한국위기의 여파가 미국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직접지원을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파산은 오렌지 카운티(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지방단위)정도가 쓰러지는 충격밖에 안될 것이라는 자신만만한 예측의 반영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위기가 이미 일본 동남아 등에 도미노 및 역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고 미국도 이미 미약하지만 영향권안에 들었다는 조짐이 나오고 있다.우선 동남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을 삼켜버린 후 다시 한국위기가 이 지역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역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하락세가 주춤했던 태국 바트화 등 동남아 통화는 11일 원화의 추락에 자극받아 동반 폭락했다. 또 주가하락세도 동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월스트리트에까지 파급됐다.
경기침체와 잇단 금융기관 도산으로 고통받는 일본은 「한국변수」에 더욱 상황이 악화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12일 『한국의 경제위기로 일부업계가 수출감소를 겪고 있고 내년도 수출은 20∼30%가량이나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위기가 장기화하면 일본 경제전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메시지를 전했다.
이 경우 일본중앙은행이 보유중인 3,200억달러의 미 재무부채권을 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금난에 빠진 일본기업들은 이미 올 3·4분기(7∼9월)에 보유중인 미 재무부채권을 대량으로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이 급격히 진행되면 미국내 고금리 형성―투자 및 성장둔화―경기침체의 순환이 예상된다.
이미 아시아권을 상대로 한 미 기업의 돈벌이에 적신호가 켜졌다. 9일 소프트웨어 생산업체인 오라클사는 주가가 29%나 폭락했다. 도쿄(동경)를 중심으로 투자해온 JP모건사, 해외영업의 30%를 아시아에서 하고있는 코카콜라사의 주가도 떨어졌다. 세계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도 아시아 지역의 고객들이 항공기 20대의 인도를 연기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업계도 매년 5만명의 아시아손님의 발길이 뚝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와튼계량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년도 미국경제는 한국 등 아시아의 위기로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0.2∼0.3%포인트 떨어진 2.5%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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