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신뢰가 기본이다. 국내외가 다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는 안팎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 나라 경제가 파국 상태다. 금융, 증권, 외환시장이 기능을 상실한데 이어 생산, 유통, 무역 등 실물경제활동도 사실상 마비가 오고 있다. 6·25전쟁 이후의 최대국난이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외환부족이다. 잘못하면 외채상환 불능사태가 올지 모른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외채지불유예(모라토리엄)선언만은 막아야 한다.이 초미의 당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과 지원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은 세계금융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세계금융기구를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금융시장과 금용기관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하다. 미국정부가 한국경제에 대해 신뢰를 보여준다면 금융위기가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이 정확히 뭣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요구하고 있는 것은 IMF 기본합의서의 이행이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부닥친 자리에서 한국이 IMF합의이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은 IMF와 합의한 강력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핵심은 그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다. 그는 또한 한국의 단기자금지원 요청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자신에게 그러한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빈 장관은 IMF협약의 강력한 준수를 강조,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해 줬다 하겠다.
우리의 IMF협약 이행과정에서 미흡함이 없지 않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IMF협약체결 그 자체가 국제적인 신인도회복의 계기가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종금사와 은행 등 부실금융기관정리에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했어야 하지 않았나 한다. 결연한 개혁의지를 해외에 보여 주는데 미흡했던 것으로 외국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종금사의 정리가 한번에 포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수차례에 나눠 단행됐던 것은 의지의 빈약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부실은행처리에 있어서도 우리 상황의 특이성과 폐쇄할 경우 그 잠재적인 경제파괴성을 IMF와 미국에 충분히 설명, 이해를 구했는지 모르겠다. 나라 부도위협이 촉박해서야 대통령특사를 보낼 것을 생각했다는 것도 우리의 대응능력이 극히 미흡함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이제 IMF협약은 지켜야 할 국제협약이 됐다. 해외신인도 회복을 위해서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강력히 이행하는 수 밖에 없다. 자본시장개방이나 상품시장개방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져 불안한 면이 없지 않으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 과감하게 체제, 제도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국민, 정치권, 정부, 기업, 근로자, 소비자 등 모두가 경제위기극복에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비전과 통찰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정부, 기업, 노조 등 각 이익집단과 경제주체들은 개방세계에서의 생존력을 배양하고 또한 타협으로 성숙된 자본주의를 나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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