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의 카라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이다. 설악산의 반 정도 돼 보이는 산에서 질 좋은 대리석을 거대한 두부 모양으로 채석하는 모습이 참 장관이다. 우아한 빛깔과 고운 입자를 지닌 대리석이 세계로 팔려 나가고, 각국의 조각가들은 작업을 위해 그 곳으로 모여든다. ◆80년대 이후 한국 조각가들도 찾아들어 지금은 30명 정도가 그 산골짜기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 전시되는 대리석 조각들은 대부분 카라라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각가 중에는 거칠고 단단하지만 국내산 대리석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카라라산은 겨울 한철을 야외에서 보내고 나면 조각에 균열이 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 돌에는 추위와 풍우를 견디는 강인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옛 돌조각의 힘전」이라는 이채로운 전시회가 지난달부터 내년 10월말까지 서울 이화여대 박물관앞 정원에서 열리고 있다. ◆출품작은 우리 돌 조각의 힘찬 생명력을 감상할 수 있는 문·무인석과 탑, 석호, 장승, 민속품 등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70여점이다. 전시장의 마른 잔디와 눈 위로 삭풍이 낙엽을 굴리고 가는데, 묵묵히 서 있는 그 돌조각들은 저마다 단순하고 투박한 형태로 강인하고 원초적인 생명력과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는 기다림의 망부석, 악귀나 외적을 내쫓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운 장승도 있다. 지금은 우리 경제사정이 엄동설한 같은 때이다. 그 전시장이나 주변의 사찰, 왕릉 등에 세워져 남루한 이끼옷을 입고 서 있는 우리 돌조각에서 다시금 강인한 정신과 인고의 자세를 배우고 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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