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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괴자금 “기웃기웃”/“싼돈 가져다 써라”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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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괴자금 “기웃기웃”/“싼돈 가져다 써라” 제의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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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업계에 잇달아괴자금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춰 국제화한 것이 특징이다.

경제모범생으로 통하던 한국경제가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정체불명의 외국 괴자금들이 은닉처를 찾아 우리나라로 몰려들고 있다. 국제 핫머니 뿐 아니라 괴자금도 한국 상륙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의 외화난이 전세계로 타전된 지난달 하순부터 국내 사채업자와 중견기업 자금부장 앞으로 외국전주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싼 금리로 외화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는 실명제와 한보사태 등 시중의 자금사정이 악화할때마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체들에게 국내 큰손들이 괴자금 사용을 제의한 적은 있었지만 외환위기를 틈타 외국 괴자금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신용금고 K사장은 『지난달말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영문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동남아의 거액전주라고 밝힌 발신자는 『신분을 절대 보장하면서도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곳을 찾아 달라』고 제의했다. 동남아 전주는 또 은닉처를 찾아줄 경우 K사장에게 거액의 커미션을 약속하면서 국내연락책의 전화번호도 동봉했다.

중견 제조업체인 B회사 L자금부장도 IMF자금협상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주 초반 외국전주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괴자금을 사용해 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괴자금의 대리인은 L부장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은 일본계 전주인데 경영권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연 7∼8%의 저리로 1억달러를 3년동안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L부장은 『조건이야 더할 나위없이 탐이 났으나 자금사정이 넉넉한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경영권까지 담보로 요구해 단번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제 괴자금의 출현을 놓고 외화난으로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한국의 우량기업을 노린 「국제 검은돈의 상륙채비」라는 견해와 「경제난을 이용한 지능적인 사기」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사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우량기업들이 외국돈을 무조건 끌어다 쓸 것이라는 점을 이용, 담보를 챙기고 돈을 빌려준뒤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국제적 음모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S그룹 계열사의 자금부장은 『이번에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때마다 나타나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계의 주의를 당부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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