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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네’(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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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네’(연극평)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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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미술·연기 등 수준급 불구 조화 아쉬워한네. 한 많은 여인이란 뜻일까? 어쨌든 사당패의 딸로 태어나 이리저리 사창가로 팔려다녔으니 한이 맺혔을 것은 당연하다. 그래 연못에 몸을 던지지만 만명이라는 청년에 의해 구출되고 이내 그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난생 처음 맛보는 행복도 잠시뿐이다. 만명은 살인자가 되어 쫓기고 한네는 만명의 생부에게 겁탈을 당한 뒤 재차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서울시립뮤지컬단의 최창권 작곡·이종훈 연출 「한네」는 고 오영진의 시나리오 「한네의 승천」을 원작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요즘 희곡에서는 보기 힘든 문학적 장치들이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즉 이승의 창녀 한네는 승천하여 하늘의 선녀가 되며, 제주로서 온 마을의 존경을 받는 필주는 20년전 만명의 어머니에게 했듯 한네를 겁탈하여 자살하게 하는 호색한이다. 또 이런 역설과는 반대로 한네와 만명의 어머니, 그리고 딸을 팔아 먹는 한네의 아버지와 아들의 여인을 범하는 만명의 아버지는 동일시가 가능하다. 더욱이 만명이 살해하는 술집 여인이 애초 만명의 눈에는 한네처럼 보이는데 여기에는 예의 두 기법이 교묘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학적 에너지가 공연 에너지로 발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심도깊고 정확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공연은 만명이를 좋아하는 쇠돌네를 너무 상투적인 인물로 그렸고 만명 어머니의 비극적 분위기가 피상적이며 전반적으로 사실적 처리를 했음에도 생활을 실감할 수 없다는 분석상의 미흡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사가 들뜬 일부 배우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음악 미술 안무 연기 등 각 부분 공히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즉 줄타기를 중심으로 한 사당패의 놀이도 흥미로웠고 부락제 전후의 탈춤도 신명이 났으며 전통가락처럼 부드러운 음악도 듣기 편했고 웅장한 폭포를 배경으로 한 무대도 장관이었다.

모름지기 좋은 공연이란 이런 각 부분들이 충분히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아쉽게도 여러 부분이 융해되어 하나를 이루는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이나 완급 조절이 잘 안된 것과 더불어 관객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킨 주된 이유다. 결국 거의 완성을 해 놓고도 안팎의 여러 이유로 마무리를 세련되게 못하고, 그래서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고질이 여기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오세곤 연극평론가·가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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