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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올 환차손 36조/무더기 적자결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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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올 환차손 36조/무더기 적자결산 우려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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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폭등으로 올들어 상장 제조업체들이 입은 환차손이 무려 36조원을 넘어서면서 상당수 대기업들이 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등 무더기 적자결산이 우려되고 있다.기업들은 하루에도 환차손이 수천억원씩 불어나 결산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자재 수입비용과 외채상환 부담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11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작년말 달러당 844원20전에서 이날 1,719원80전으로 무려 875원60전이나 올랐다. 따라서 작년말 현재 421억달러의 순외채를 갖고 있는 상장 제조업체들의 환차손은 올들어 36조8,6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액 15억원이상 제조업체들의 환차손 규모도 달러당 환율이 888원10전이었던 지난 6월말 1조2,300억원에서 최근 10조원을 넘는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월말 현재 외화부채를 기준으로 추산한 기업별 환차손도 ▲한전 5조6,000억원 ▲대한항공 4조원 ▲삼성전자 3조8,000억 ▲SK 2조6,000억원 ▲포철 1조9,000여억원에 달하는 등 국내 간판기업들이 모두 수조원대의 환차손을 안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연말 결산에서 이같은 환차손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적자결산이 불가피해 대외신인도가 급락, 해외차입시 가산금리(코리안 프리미엄)가 엄청나게 치솟고 차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의 전량 또는 대부분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제품 가격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역상사들은 환율이 하루에 달러당 100원이상 폭등함에 따라 수입계약 체결지연이 속출하고 수출쪽에서는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바이어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등 수출입 업무에 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단기차입을 중단하고 달러부채를 원화기준으로 바꾸는 등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총력체제에 들어갔지만 끝없는 환율폭등세에 아예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재무담당자들은 『더이상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더기 적자결산을 막기 위한 회계기준 변경 등과 함께 정부의 현실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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