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이 없어서 종아리에 줄을 긋던 전시 파리여성처럼 멋내기엔 불황이 없다/실용적 소품 활용한 다양한 레이어드룩과 캐주얼의류 득세할듯「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콧대 센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전쟁통에 파산하자 무도회에 커튼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것은 불황시대의 패션문화를 생각해보게 하는 유명한 일화다. 또 불황일수록 원단업계의 수요확대 전략으로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길어진다는 것도 패션계에서는 고전에 속한다.
IMF시대를 맞아 의류소비가 바짝 위축된 요즘 국내 패션경향은 어느쪽으로 흘러갈까. 이데아패션연구소 이호정 소장은 『불경기일수록 실용패션이 요구되는 만큼 검정 회색 계열의 잦은 세탁이 필요없는 단조로운 색상과 투박하고 내추럴한 소재의 캐주얼의류가 득세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차대전직후 폐허속에서 여성들은 기모노대신 「몸빼」를 입고 일터로 나섰다. 활동성이 강조된 옷들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옷들을 밀어낸 것이다. (주)진도 홍보실 조수영씨는 『유럽에서는 전후의 불황기에는 군복의 모티브를 채용한 밀리터리룩이 유행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성복식에 상당부분 이용되고있다』고 말한다. 어깨의 견장이나 겉으로 박음질이 된 포켓, 베레모 등이 군복에서 발전한 밀리터리룩의 상징들이다. 한편 1970∼1974년사이 일본경제의 침체기에는 아메리칸캐주얼과 인디언풍의 짚시룩이 인기를 끌었고 70년대 후반들어 경기가 활황이 되자 캐주얼브랜드들은 슬쩍 엘레강스한 여성복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맨틱한 꽃무늬 옷이나 몸매를 드러내주는 섹시한 스타일들이 인기를 얻었다. 물론 불황이라고 해서 여성들이 멋내기에 더이상 관심을 두지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2차대전와중의 프랑스 파리여성들이 물자부족으로 귀해진 스타킹을 사신지 못하자 종아리 뒷중앙에 검은 잉크로 세로줄을 그어 마치 스타킹을 신은 것처럼 연출하고 다녔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당시 스타킹들은 종아리 뒷쪽에 이음선이 있었다. 그렇다면 멋내기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한국의 패션마니아들은 불황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소장은 『소비는 줄이되 이미 체득된 패션감각을 살려 다양한 멋을 내는 레이어드룩(겹쳐입기를 통해 멋을 내는 의상연출법)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옷 자체의 고급스러움이나 한 벌 개념에서 탈피해 싸고 실용적인 개개의 품목들을 어떻게 멋스럽게 배치하느냐가 멋내기의 관건이 되는 셈. 감각 없이 돈만으로는 절대 살수없는 것이 불황시대의 멋내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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