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소리도 박수소리도 힘이 없었다. 「불투명」 「허망」 「어려운 시기」 등 나오는 소리마다 시련과 절망이 배어 있었고 긴장돼 있었다.97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고 사업과 활동을 결산하기 위한 중국진출 상공인들의 송년모임은 기대와 확신에 차있던 96년 송년회와는 판이했다.
이날 모임에는 중국 전역 24개 지역에서 모여든 상공인 대표 20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들은 송년회장에 입장하기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하기로 하고 다시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는 전단도 배포했다. 이날 모임의 화두는 물론 고국의 경제난이었다.
올해 한국의 대중국 교역은 수출 142억달러, 수입 103억달러로 40여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보였다. 대중교역은 92년 수교이후 당해년도에만 10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그 뒤로는 매년 가파른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나라가 중심을 잃고 본사가 부도가 나고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는 현실에 이들은 우울하다. 93년 위하이(위해)에 진출, 열쇠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한 기업인은 『임금 때문에 대기업에 쫓겨 중국에 왔는데 이들(대기업)이 한국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6월 결산을 해보니 투자한 돈은 모두 뽑았다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인들이 호화로운 사무실과 자동차 등을 구입하는 것을 질책했다.
송년회에 참석한 정종욱 주중 대사는 『현 경제의 어려움은 치유 가능한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강조하고 『지금까지의 생활을 각성하고 중국에서부터 이번 사태를 도약의 계기로 삼자』고 역설했다.
송년회가 끝난 테이블에는 술도 대부분 그냥 남아있어 분위기를 반영했다. 행사가 끝난 썰렁한 송년회장에는 ▲국산품 애용 ▲1시간 더 일하기 등 10대 실천강령 팸플릿만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예년같으면 2차로 이어졌을 송년회지만 술집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베이징>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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