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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융위기(되돌아 본 지구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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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융위기(되돌아 본 지구촌 ’97)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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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호랑이’ 예고된 중병/연줄… 경쟁부재…/일마저 면역결핍증세/“위기가 기회” 수술시급아시아 각국이 금융위기라는 「악성독감」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한국을 비롯,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화폐는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 악성 바이러스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에 이미 전염되기 시작했다. 또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일본마저도 면역능력을 상실한 듯하다.

과연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예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아시아 각국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훨씬 전부터 엄청난 정치·경제적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과도한 투자, 엄청난 부채, 연고주의, 부정부패, 경쟁의 부재 등 왜곡된 금융구조가 이른바 「아시아적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인도네시아에선 수하르토 대통령의 친척이 아니면 사업한다는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태국 전직 각료들이 긁어모은 재산은 서민이 평생 벌어도 「새발의 피」밖에 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하다. 한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나면 「성장」에는 저절로 제동이 걸리게 되는 법이다.

태국 정부는 7월2일 변동제로 환율제도를 바꿨다. 태국의 경제사정과 정부의 리더십 부재, 국내외의 불신, 국제 환투기꾼들의 집중공격 등으로 바트화의 대달러 환율이 폭등했다. 4개월여만에 바트화와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하며 경제는 거덜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곧 인접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 미쳤다. 7월 이후 11월말까지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50%, 말레이시아 링기트는 39%, 필리핀 페소는 31%, 싱가포르 달러는 12%가 각각 하락하는 등 동남아 5개국 통화의 가치는 평균 38%정도 떨어졌으며 폭락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한국마저 동남아의 금융위기에다가 자체 경제구조의 문제가 증폭돼 본격적으로 벼랑끝에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12월3일 마침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안에 합의하고 말았다. 일본도 11월25일 야마이치(산일)증권이 파산한데 이어 홋카이도다쿠쇼쿠(북해도척식)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산이 잇따랐다.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사실상 국제적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고도의 경제성장이 예상됐던 이 지역 국가들은 향후 수년간 성장률을 대폭 낮추거나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회견에서 『아시아 경제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이라며 『이같은 위기를 금융개혁과 경제체질 강화의 기회로 반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이빨이 다 빠진 호랑이들이 동물원의 구경감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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