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저효율 개선없이 성급추진/경제 안정성제고 희망 결국 물거품12일은 우리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이제 우리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는 뿌듯함이 가슴 가득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너무 참담해 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을 받고도 경제는 깜깜한 터널속을 계속 헤매고 있다. OECD가입의 공과와 통계로 본 한국의 위치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편집자>
『경제규모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 됐다』 『2000년에는 서방 선진 7개국(G7)에도 낄 수 있다』 가입당시 이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선진국 대열에 끼지도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경제제도나 관행이 선진국에 이르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OECD 가입은 경제 급성장에 자만한 정부가 추진한 세계화의 산물이었다. 세계화가 구호에 머물렀듯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개선없이 성급하게 얻은 「OECD 회원국」딱지는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데 그쳤다.
OECD 가입은 시기상조라는 반대도 많았으나 세계경제질서 및 국제협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면서 「조기가입」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경제정책 운영 및 제도의 선진화 ▲지역주의 및 쌍무통상 압력에 대한 효과적 대응 ▲대외신인도 제고 및 해외차입금리 인하 등이 기대됐었다. 특히 각종 규제개혁 작업이 집단이기주의 등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는 점을 들어 OECD의 힘을 빌려서라도 개발연대의 관행을 개선하자는 논리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OECD 가입반대는 구질서에 안주하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정부가 OECD 가입이후 다자간투자협정(MAI)과 뇌물방지협약 등 새로운 국제논의에 참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로 국가신용도도 크게 하락하면서 한때 내려갔던 해외차입금리는 가입이전보다 크게 오르는 등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OECD가입으로 예상됐던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단기자금의 급속한 유입 ▲개발도상국 혜택 상실 ▲각종 분담금 부담증가 등 부작용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은 아니다.
단기투기성자금(핫머니)의 유입보다는 외국자본의 철수로 외환 부족사태가 나면서 IMF의 구제금융까지 요청하게 됐다. 더구나 OECD 가입당시 약속한 자본시장 개방일정을 앞당겼으나 환율과 금리가 폭등하고 주가는 붕락, 금융시장이 공황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결국 OECD 가입으로 경제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고비용―저효율」의 고질병이 현실화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OECD 가입의 긍정적인 효과도, 부정적인 효과도 따질 여유마저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OECD 가입으로 압축되는 「세계화」 「개방화」의 환상에 젖어 실물경제를 꼼꼼이 들여다보지 않은 데다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통계로 본 한국경제/GNP OECD 9위서 14위로 곤두박질/환율 치솟아 1인소득도 27위로/내년 실업률 3.8%예상 체코 상회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NP) 기준 경제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개 회원국중 9위(4,85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24위(10,64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달러당 1,700원대까지 치솟은 최근 원화환율이 내년말까지 지속된다면 경제규모는 13위인 스웨덴(2,500억달러)에 밀려 14위가량으로 떨어지고 1인당 GNP도 25위인 포르투갈(10,422달러)에 밀리거나 최악의 경우 26위인 체코(5,048달러)에 뒤져 27위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11일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로 본 OECD국가와 한국」에 따르면 실업률은 2%(95년)로 가장 낮았고 룩셈부르크(2.9%) 체코(2.9%) 일본(3.1%) 등도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내년엔 우리 실업률이 3.8%로 높아질 예정이어서 이들 국가에 밀릴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저축률, 총고정자본형성률이 각각 1위를 차지했고 실업률(95년)도 가장 낮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저축률은 우리가 26.1%(95년)로 1위였으며 2위는 룩셈부르크(25.9%) 3위는 체코(23.8%) 4위는 스위스(19.7%) 등이다. 1년간 신규로 형성된 자본재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총고정자본형성률도 우리가 36.6%(95년)로 1위였으며 체코(32.2%) 일본(28.5%) 오스트리아(24.7%) 등의 순이었다.
우리의 선박건조량은 일본(1,005만G/T)에 이어 2위(668만G/T), 철강생산량은 3,890만톤(96년)으로 4위, 자동차생산량은 연간 281만대로 5위, 전자제품 생산액은 477억달러로 4위였다.
인구밀도도 우리가 459명(㎢당, 96년)으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380명) 일본(333명)·벨기에(333명) 순이었다. 10만명당 간암사망자는 우리가 22명으로 부끄러운 1등을 차지했으며 여아 100명당 남아수로 표시되는 출생성비도 113.4명으로 가장 높았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유럽서 본 한국 OECD 1년/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달러구걸 국제조롱거리로
정확히 1년전인 96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와 서울에서 동시에 「샴페인」이 터졌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협정서를 OECD본부가 있는 프랑스 정부에 기탁, 29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등재된 날이었다.
가입에 앞서 국내에서 일었던 시기상조론 등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분명 기분좋은 날이었다. 한국이 세계 경제열강의 반열에 올랐음을 국제사회로부터 공인받는 「탑」이 세워지고 제2, 제3의 도약을 자신케 하는 희망의 「창」이 열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1년. 돌이켜 보면 한국은 국제 매스컴에 차라리 「OECD 회원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는게 더 좋았을 뻔한 창피한 나라였다.
정부·정치권이 우왕좌왕해서 OECD의 도마위에까지 올라야 했던 연초의 노동법 개정 파동, 전근대적인 재벌·정치인·관료의 총체적인 부정과 야합이 낱낱히 까발겨진 한보사태, 추장의 아들처럼 졸개들에 둘러싸여 힘을 휘둘러대다 막판에 가서야 쇠고랑찬 「소통령」 스캔들. 이후 국가 최고지도자의 권위상실로 인한 국정사령탑의 사실상 유고사태, 여당의 8룡 출현에서부터 최근까지 근 1년에 걸쳐 국력을 소모시키고 있는 대권정쟁.
이런 와중에서도 파리 시드니 밴쿠버로 호화 유람을 다니는 국민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외국신문들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외국상표의 낙원으로 변모했다』고 비웃을 정도로 사치와 과소비는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끝내 한국은 외국돈을 구걸하는 피원조국으로 다시 떨어져 OECD 회원국들의 조소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파리소재 OECD 한국대표부의 책임자는 최근 『지난 1월 이사회때도 (노동법파동으로) 그랬는데 마지막 연말 이사회도 무척 곤혹스러운 입장에서 참석해야 했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OECD 한국 대표부는 가입 1주년을 맞아 조촐한 내부 기념행사마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침잠한 분위기다.
선진국들의 경제운용 경험과 정보를 획득하고 한국의 탈개도국 노하우를 후진국들에게 전수하겠다는 등의 가입명분도 빛이 바랜 느낌이다. OECD 가입후 지난 1년은 한국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간 「도로아미타불의 세월」이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OECD란/61년 설립 선진국중심 경제기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사무총장 도널드 존스턴)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 경제기구다.
2차대전후 유럽의 경제복구 및 경제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48년 설립된 유럽경제협력기구(OEEC)를 토대로 61년 9월 미국과 캐나다가 회원국으로 참가하면서 OECD로 확대 개편됐다.
파리에 본부를 둔 OECD의 회원국은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멕시코등 29개국.대륙별로는 유럽 22개국, 미주 3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아시아 2개국 이다. 현재 러시아와 슬로바키아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해 놓고 이사회의 심사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OECD의 설립 목적은 회원국의 경제성장 도모 및 세계경제 발전, 개발도상국 원조를 통한 세계경제 균형발전, 세계 자유무역 확대 등이다.
OECD는 협상을 위한 국제기구가 아니며 회원국간의 상호관심 분야에 대한 정책을 협의, 조정하는 기구로서 여기서 합의된 사항은 회원국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 이행토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등과 같은 불이행에 대한 강제 제재수단은 없다.
OECD는 경제 산업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교육 환경 노동 등 분야별 24개 위원회가 구성돼 회원국들의 현안을 상시 협의한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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