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수급균형 확보대책도 ‘발등의 불’/정부 정치권 신뢰회복·종금사 퇴출 필요/최고환율제 도입 등 ‘부동달러’ 끌어내야국가부도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외환위기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기능마비는 「달러를 사겠다」는 세력이 「팔겠다」는 사람을 압도하는 구조적 수급불균형도 원인이지만 극도의 불안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외환위기를 해결하려면 불안심리 해소와 함께 수급균형 확보책이 동시에 취해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가 연말까지 외국에 지급해야 할 외화규모가 아무리 적어도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대금과 은행·종합금융사가 지불해야 할 단기부채가 200억달러를 넘는다는게 금융권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보유외환은 50억달러 미만. 결국 12월중 예상되는 10억달러 가량의 경상수지 흑자를 감안해도 산술적으로 150억달러 가량의 외화가 모자라게 된다. 더구나 11일 무디스사가 국내 31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수준으로 조정, 한국계 은행의 해외차입은 완전히 봉쇄됐다. 한국경제가 대외거래가 전면 차단되는 「모라토리움」일보직전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안심리를 제거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균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심리적 안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연구원은 『정부가 9개 종금사를 영업정지시키면서 「더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고 해놓고 추가로 영업정지처분을 내리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해 어떤 장기플랜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재협상요구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미 IMF와의 협약안에 도장까지 찍은 상황에서 재협상을 거론한다면 외국의 어떤 기관이 달러를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시장 수급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는 원론적인 방법밖에는 없다. 시중은행 딜러들은 『「외화자금의 블랙홀」로 떠오른 종금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경우 일단 50억∼60억달러 가량의 수요감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자력회생이 불가능한 종금사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달러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종금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정부가 외화부채를 보증하면 부담이 그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차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기반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중에 떠돌고 있는 「부동달러」를 시장으로 끌어내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대우연구소 한 연구원은 『환율상승을 노려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달러를 끌어내야 한다』며 『애국심에 호소하기 보다는 달러를 시장에 판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상승분까지 보장하는 ▲최고환율제를 도입하는 것과 함께 ▲한국은행이 무역환어음을 직접 결제하는 등 부동달러를 시장에 끌어내기 위한 모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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