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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마비 막아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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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마비 막아야(사설)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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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의 마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바로 대외지급불능이라는 국가부도사태다. 외환시장의 대혼란을 하루빨리 진정시키는 일은 초미의 과제다.외환마비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몇가지로 대별된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일차 55억달러의 구제금융으로는 외환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둘째, IMF의 구제금융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더욱 떨어져 해외금융기관들이 신용공여는 물론 단기채무의 상환연장마저 거부하고 있다. 셋째,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대외결제가 연말에 몰려 외환 가수요가 급증한 반면 외국금융기관들은 자기사정이 급해 빌려준 자금도 회수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내놓은 금융안정대책들이 미봉책에 그치거나 실기해 외환 증시등 전체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확대되고 있다.

원인이 이런 만큼 무엇보다 예정된 IMF의 구제금융을 앞당겨 도입할 수 있도록 IMF에 대한 협의를 강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자금도입 협상도 빨리 타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실상을 이해시키고 협력을 얻어 낼 수 있는 범국가적인 외교노력이 시급하다. 학계 경제계의 모든 인맥도 나서서 IMF와 미국의 조야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이 효력을 가지려면 신뢰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은 과연 한국정부가 IMF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킬 수 있는가, 한국의 대외채무는 정확한가 등에 대해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IMF나 미국 등은 한국정부가 은행 등 금융산업과 재벌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불투명하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IMF와의 약속이 어디까지 인가를 분명히 털어놓고 향후 추진 일정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도 비록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일지라도 국가적 대외신인도를 저상하거나 국민적 감정만을 겨냥한 무책임한 주장은 삼가야 한다.

기업이나 일반인들도 외환가수요를 없애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 외환시장이 마비되면서 신용장개설 마저 안돼 수출등 무역업무가 중단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수출은 IMF의 질곡을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수출은 한순간에 거래선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장롱에 있는 외화들은 물론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달러를 외환시장에 집중시켜야 한다.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이상 아무리 자본시장을 개방해도 해외자본은 들어 오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아야 한다. 금융시스템의 복원은 은행의 손에 있음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정부도 기왕에 발표한 채권발행과 부실채권 인수조치 등 금융안정대책들을 속히 가시화시켜야 한다. 경제주체 모두가 정말 애국심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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