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마비로 신용장개설·자금대출 사실상 봉쇄국제통화기금(IMF)체제 탈출의 유일한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출체계가 금융시장 마비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IMF체제이후 수입업체들의 신용장개설이 극도로 어려워졌고 수출업체들은 은행의 자금공급기피로 최근 살아난 수출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겪고있다.
우선 수출입 성사를 위한 전제조건인 신용장 개설의 길이 점차 막혀가고 있다.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의 대외신인도하락을 이유로 신용장(LC)개설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있는데다 국내은행들 역시 외화난에 빠져 신용장개설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신용장개설 거부로 우리나라 수출의 원천이 되는 원자재조달의 길이 봉쇄되어가는 셈이다.
수출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료 제당 제분과 식용유업계의 경우 당장 신용장개설이 이뤄지지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조업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다』며 『최근 생필품사재기현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부담과 함께 원료조달도 곤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네고(선적서류매입) 중단사태의 속출, 내국 신용장개설의 전면중단 등 수출을 둘러싼 시스템이 마비상태에 이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IMF체제하에서 시중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충족에 비상이 결렸고 이에 따라 수출업체의 명줄을 쥐고 있는 네고 자체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내국 신용장을 개설하려는 수출업체에게 수출보험가입은 물론 아파트 현금 등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추가담보여력이 없어 사실상 내국신용장개설을 포기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중소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업체의 최근 상황은 몇가지 요인들로 더욱 악화되고있다. 자금난에 시달린 은행들은 8일부터 수출환어음 네고시 부가되는 환가료를 대폭 올렸다. 외국환 어음을 결제하는데 드는 추가비용인 환가료를 종합상사에 대해서도 「리보+1.3%」수준에서 「리보+3%」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환어음 담보대출도 수출일선에서는 전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가 일선 지점에 까지 제대로 전달돼 담보대출이 이루어지는 은행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의 신원식 이사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수출을 비롯한 무역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고있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해서는 통치권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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