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지금 「나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과연 장차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인가」하는 절망감·회의감에 휩싸여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정체결로 경제파동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일 증권시장은 곤두박질하고 환율은 폭등하고 기업의 도산은 꼬리를 물어 불안감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파동이 가라앉지 않는 원인은 나라 안팎으로부터의 불신과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 때문이다.김영삼 대통령의 특별담화는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겠지만 한마디로 기차 떠난 뒤 손드는 격이다. 잇단 실정과 되풀이되는 사과에 국민들은 감동은 커녕 참담할 뿐이다. 국민의 마음을 쓰다듬고 또 시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이 정도의 담화는 IMF협정체결 직후에 냈어야 했다.
경제위기를 가중시키는 결정적 요인은 밖으로부터의 불신감이다. 사실 IMF의 조건은 불쾌하고 무리한 점이 있지만 경제난국을 수습하기 위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었다. 우리의 금융과 산업구조를 투명화하고 또 구조를 개편하라는 IMF의 조건은 미국·일본 등 부국과 투자자들의 요구로서 IMF가 대신 협상에 나섰고 우리가 수락한 것이다.
따라서 협정을 체결했으면 현 정부는 물론 차기정부 담당자도 당연히 지키는 것이 의무다. 그러나 체결 후에도 IMF가 금융지원을 지연시키고 미국·일본 등도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가 금융혼란을 우려, 확실한 실천을 주저하고 특히 일부 대통령후보가 협정의 재협상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한국경제를 병들게 한 정경유착이 재연되고 나아가 빌려준 돈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측의 약속이행을 의심하는 외신보도는 심상치가 않다. 약속을 지켜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엄청난 경제대란을 자초할 것이라는 경고다. 때문에 지금은 약속이행으로 국제적신인도를 얻는 것이 절박하다. 각 후보들은 일단 동의각서를 제출한만큼 더이상 IMF협정의 재협상론을 꺼내서는 안된다. 국민의 분노를 자극, 표만을 의식한 재협상주장으로 상대에게 불필요한 불신만을 주어 경제파탄을 자초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이 모든 후보들을 초치, 약속이행에 관한 공동발표를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김대통령이 담화에서 새당선자와 경제회생 등에 관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 선거후엔 당선자가 중심이 되어 IMF협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차원에서 경제수습책이 시행돼야 하며 협정실천에 문제가 있을 경우 3개월마다 있을 점검회의를 통해 시정해 나가야 한다.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외부의 의구심이 계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국민의 고통속에 숨가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김대통령은 국제적신인도의 확보를 위해 후보들에게 이행다짐을 당부하는 한편 경제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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