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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가 남긴 것/김종기(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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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가 남긴 것/김종기(특별기고)

입력
199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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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의무 압력 거세질 것 분명/경제침체 이유로 에너지규제 방치안될 일10일 일본 교토(경도)에서는 향후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가 끝났다. 예정했던 일정을 하루 연장하면서 타결한 「교토의정서」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의 도입과 함께 온실가스에 대한 선진국의 구체적 감축의무를 확정하였는데, 우리나라의 주된 관심사였던 개도국 의무관련조항은 다행히 의정서에서 제외되었다.

이번 교토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선진국 상호간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인해 개막 전부터 심각한 갈등이 예고되었다. 하지만 회의 막바지까지 온실가스 삭감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했던 독일 영국 등 유럽연합국가와 미국 일본 등 비유럽선진국이 결국 국가별로 차별화한 감축목표를 통해 2010년까지 90년 도 기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를 삭감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선진국간의 갈등은 일차적으로 해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삭감목표의 효율적 달성을 명분으로 미국이 주장한 국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과 유럽연합의 공동의무이행(EU Bubble)이 인정되었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개도국도 동참하여야 한다」는 선진국과 「선진국의 충분한 감축노력 없이는 개도국 의무를 논의조차 할 수 없다」는 개도국의 입장은 회의기간중 팽팽히 대립하였다. 이는 「강제성을 포함하는 개도국의 자발적 참여조항」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는데, 일단 교토의정서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일단 개도국측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현상의 심각성과 전세계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향후 후속협상에서 여전히 핵심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더욱이 내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제4차 당사국총회에서부터는 선발개도국의 참여를 둘러싸고 선진국의 공세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OECD가입국가인 우리나라에 대하여 선진국 감축의무 국가군(부속서 I국가군)가입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교토의정서의 타결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게속되는 후속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개도국중 가장 첫번째로 자발적 감축의무약속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교토의정서에서 개도국 자발적 참여조항이 삭제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운신의 폭을 극도로 제한할 수 있다. 내년에 있을 감축의무국가군 리스트 개정시에 우리나라가 의무국가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70년대 이후의 에너지 다소비형 중화학공업 육성과 공급위주의 저에너지가격정책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에너지소비량이 10%이상 증가해 왔다. 그 결과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으로서 지난해에만 242억달러의 에너지를 수입하였으며, 석탄수입 세계 2위, 석유수입 세계 4위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는 금명간 가시화할 온실가스 배출삭감의무 부과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의 주 요인이자 외환보유고 고갈에 따른 작금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협상전략의 세련화로 기후변화협약의 국제적 논의에서 외교적으로 잘 대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반드시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국제적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로 심화하고 있는 환경문제와 위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제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주요변수를 놓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속말로 「배짱」으로 버티어 보는 것은 한계에 달한 듯 하다. 경제침체를 이유로 에너지 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국 그 부담을 뒤로 미루면서 크게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효율적 자원관리라는 큰 틀에서 자원과 에너지의 수급구조개선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압력으로 닥친 국내외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전향적인 조정정책이 강도높게 추진돼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환경, 자원, 에너지정책의 조화와 통합을 통한 균형있는 경제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환경과 에너지를 상호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정책기조는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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