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시장은 다소 개선효과10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한마디로 종금사 결제위기와 기업도산위험을 은행 자금 및 중앙은행의 힘으로 지탱해 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책의 성패는 앞서 영업정지조치를 받은 9개 종금사를 포함, 총 14개 종금사의 퇴장이 가져올 시장공백을 은행과 통화당국이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메우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일단 일주일간 계속됐던 심각한 단기자금시장 마비는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밑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붓기보다는 차라리 독을 깨뜨리면 아까운 물의 낭비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 4조원, 9일 3조원이 넘었던 종금사 자금부족액중 대부분이 대한 나라 신한 중앙 한화 등 5개 종금사에 집중됐었던 만큼 이들의 영업정지(시장퇴장)는 단기자금수요를 줄여 극심한 수급불균형에 빠진 콜시장을 당분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은행들이 종금사에 돈도 대주고 기업자금도 공급해주는 「해결사」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은행들이 정부 구상대로 움직여만 준다면 금융시장은 정상화하겠지만 현재 정부의 생각만큼 은행권의 발걸음은 빠르지 않은게 사실이다.
첫째, 정부는 종금사가 독점하던 기업어음(CP)매입을 은행에 허용, 은행들이 보다 많은 기업대출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신탁계정은 별로 여력이 없는 상태다. 신탁계정의 대출재원이 될 가계·기업금전신탁은 실세금리상승으로 자금이동이 발생, 지난달 이후 1조7천억원이나 감소한 반면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고유계정대출을 신탁계정으로 계속 돌리고 있다. A은행 신탁부장은 『종금사로부터 인수했던 CP의 만기연장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 대출을 일으킬 만한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신탁계정이 보유한 40조원규모의 CP중 초우량기업은 무보증이고 중견·중소기업CP는 대부분 종금사가 보증을 선 형태다. 보증없이 신탁계정이 CP를 직접 할인할 경우 대상은 소수 초우량기업에만 제한될 것으로 보여 대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은 은행 CP허용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둘째, 은행들의 종금사에 대한 콜지원 재개여부도 불확실하다. 부실종금사의 영업정지에도 불구, 남은 종금사들조차 확실한 7,8개사를 제외한다면 고객들의 예금인출여부에 따라 언제라도 자금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당국은 「3차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 시중·국책은행들에 종금사 자금부족 발생시 「무조건 무제한 콜지원」을 지시하고 있다. B은행 자금부장은 그러나 『은행들도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자금사정이 넉넉지 못하다』며 『어쩔 수 없이 돈을 대주고 있지만 영업정지 종금사에 잠긴 콜자금의 즉시지급과 예금인출방지를 위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무한정 자금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셋째, 정부는 시중자금 부족 발생시 즉각 한은자금을 풀겠다고 밝혔다. 재경원은 이날 대책에서 ▲업무정지 종금사예금을 담보로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을 경우 한은자금을 지원하고 ▲남은 종금사에도 한은자금을 지원하고 ▲영업정지 종금사에 묶인 은행 콜자금도 한은자금으로 지원하고 ▲증시안정을 위해 한국증권금융 역시 한은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고단위 통화긴축요구로 풀린 자금을 환수해도 모자랄 형편에서 과연 한은이 여기저기 돈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최종적 시장안정으로 연결되려면 보완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종금사 자금부족발생의 원인인 예금인출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 콜자금을 포함, 예금을 조기지급함으로써 예금자(채권자) 불안심리부터 제거해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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