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추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금융권은 정부가 이 대책의 후속조치를 조속히 취하는 한편 금융권간 불신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은행/현재 위기상황 풀기엔 역부족
은행권의 반응은 한마디로 정부를 믿고 협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재정경제원이 특별히 내놓을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칡덩굴처럼 얽힌 현재의 위기상황을 풀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불만은 크게 두가지. 우선 정부가 종금사에 대한 은행의 콜자금 지원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행까지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미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조치로 1조2,000억원을 물린 경험이 있는 은행권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대책이 약하다는 것이다.
은행신탁계정에 기업어음(CP)할인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신탁부장은 『CP할인은 기업에 대한 대출과 동일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업무관행상 종금사처럼 융통어음 한장만 믿고 돈을 내줄만한 은행이 과연 몇개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억지로 강제할 경우 은행들이 마지못해 CP할인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위험을 줄이기위해 자금이 풍부한 우량기업에게만 자금을 공급, 정작 필요한 곳으로는 돈이 돌지 않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금/5개사 기업자금 회수 막아야
종금업계는 이번 조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추가 업무정지조치를 받은 종금사들의 기업자금 회수를 막고 2일 업무정지를 받은 9개 종금사에 묶여 있는 콜자금 1조3,000억원을 하루 빨리 풀어주는 등 정부가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금사 관계자는 추가 업무정지 조치로 『고객들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며 정부가 종금사의 예금자 및 투자자 보호조치를 확실히 보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기금을 통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이번에 업무정지를 받은 종금사중에는 모그룹도 괜찮고 그동안 경영도 잘 해왔던 회사도 끼어 있다』며 『이러다가는 종금사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체로 퍼져 종금권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자금난 근본적 해소 어려울듯
증권업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자금을 공급키로 했으나 부도 직전에 몰린 일부 증권사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한은의 지원자금이 업계에 풀리면 하루짜리 콜자금을 확보, 힘겹게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일부 증권사의 단기자금 확보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기 1년미만의 단기차입금이 10조원을 넘어선데다 회사채 지급보증을 섰다가 대신 물어주어야 하는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어 이번 지원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5개 종금사가 영업정지돼 증권사의 콜결제자금 차입에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면서 『증권업체들의 콜결제자금이 연일 1조원 안팎에 이르고 있어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한 제2의 부도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김동영·조철환 기자>김동영·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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