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입 실익보다 증시·산업 교란우려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가 12일부터 50%로 조기확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는 「실익은 적고 불안감만 커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50% 한도확대로 증권시장이 사실상 완전개방됐지만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어 만족할 만큼의 외국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반면, 외국 기업사냥꾼들의 「침입」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증시에 미칠 영향
증권업계는 이번 한도확대에 따라 새로 들어올 외국자금 규모를 분석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그 결과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LG증권은 외국인들이 주식종목당 투자한도(현재 26%)까지 주식을 모두 산 종목과 투자한도가 70%이상 소진된 종목,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 등 3개 종목군이 50%까지 소진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3조500억원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금리도 폭등세가 계속돼 연말까지 새로 들어올 외국자금은 1조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거래소도 50%의 한도가 완전히 소진되는 종목은 소수에 그치거나 거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 심충보 투자전략실장은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50%한도확대가 외국인들에게는 의미가 별로 없다』면서 『다만 단기적으로는 증권시장의 유동성이 소폭 늘어나고 위축된 투자심리도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이 어느시점에 안정을 되찾을 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내년 2·4분기이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자금 유입으로 환율과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는 있으나, 확실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 이에따라 주식시장이 당분간은 대폭적인 외국인한도확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M&A, 주가차별화, 핫머니 공포
그러나 이번 한도확대로 「주가지수」 이외의 측면에서는 증시와 국내기업을 옥죄이는 부정적인 효과가 현실화될 수 밖에 없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50% 미만인 상장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95%에 달하고 100억원 미만으로 50%이상의 지분을 살 수 있는 상장기업이 222개(상장사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완전개방됨에 따라 외국인(외국기업)들의 선별적인 기업사냥은 당장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일부 M&A전문회사들은 이미 국내시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M&A에 필요한 자금, 절차 등을 점검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들의 무분별한 M&A를 막기 위해 1인이 특정기업의 주식을 10%이상 매입할때는 해당기업 이사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 적대적M&A를 허용치 않기로 했다. 그러나 4∼5명이 10%미만의 주식을 함께 매집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망을 충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적대적M&A를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은 특정 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모으기 때문에 주가차별화가 심화되고, 증시와 함께 단기금융시장의 개방으로 외국 핫머니에 의한 증시와 채권시장 교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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