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돈 콜자금 주로의존 경영 급속악화/총여신 41조… 모두 서울소재 전환 종금정부가 10일 추가로 업무정지조치를 내린 나라 대한 신한 중앙 한화 등 5개 종합금융사는 모두 서울소재 전환 종금사들이다. 정부는 업무정지조치라는 극단처방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들 종금사가 예금인출이 과다하고 자금부족상태로 콜자금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재산상태와 경영이 불건전해져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와 관련, 이들 종금사는 예금인출규모가 1조원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예금인출이 봇물을 이뤄 콜자금규모가 한 종금사에 하룻동안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태가 됐다. 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인 자금시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들게 되어 이번에 업무정지조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5개사는 여신규모가 41조원으로 전체 종금사의 31%를 차지, 자금부족규모도 커진 것이 업무정지조치에 포함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실제로 5개사 가운데 일부는 이미 9일 자금이 바닥나 고객들의 예금인출요구에 응하지 못해 사실상 지급불능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반면 지방 종금사들은 자금규모가 크지 않아 조금만 지원해주면 흐름이 정상화할 수 있고 지방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전까지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 정리에 있어 대마불사의 논리가 적용됐다면 이번에는 대마필사로 바뀐 셈이다.
업무가 정지된 5개 종금사 가운데 나라종금은 82년 11월 설립된 동아투금이 전신으로 자본금은 530억원이다. 고 김택수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의 아들인 김중성씨 등 형제가 대주주였으나 지난달 17일 (주)보성인터내셔널에 지분을 매각, 보성그룹이 최대주주가 됐다. 김호준 보성인터내셔널사장은 이날 『나라종금 본사사옥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자구계획을 조속히 추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종금은 9월말 현재 자기자본 3,297억원으로 전국 30개 종금사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종금은 기아사태 등으로 부실여신이 누적된데다 동방페레그린 인수실패와 이로 인한 법정분쟁 등까지 겹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대주주인 성원그룹은 지난달 27일 대한종금을 신동방그룹과 공동경영하기로 하고 3,000억원 규모의 의욕적인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대한종금 역시 계획된 증자를 일정대로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신한종금은 재무구조가 건전한 편이나 최근 9개 종금사의 업무정지로 콜자금이 묶이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김종호 회장은 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이 85년 국제그룹 해체당시 명의신탁해뒀던 신한종금(구 신한투금) 주식 120만주(액면가 62억원)를 가로챘다며 검찰에 고발, 횡령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되는 등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종금은 73년 설립됐으며 동국제강그룹이 27.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총여신 규모가 10조543억원으로 전체 종금사 가운데 가장 많으며 올상반기 당기순익 1위를 차지하는 등 업무실적도 좋아 업무정지를 받은 14개 종금사중 회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주주인 한화종금 역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업무정지조치로 계열 한화증권과의 합병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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