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을 바라보며 강촌역에서 내려 고즈넉한 산책로를 따라가면 50m 얼음기둥 구곡폭포가 반긴다평일 경춘선 통일호열차는 한산하다. 드문드문 자리를 잡은 승객의 얼굴도 느긋하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졸음이 겨워 잠시 눈을 붙이는 50대 중반의 아저씨. 휴가를 나왔다 부대로 복귀하는 싱싱한 20대 초반의 군인.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20대 초반의 여대생. 기차바퀴 소리만이 가끔씩 객실의 정적을 깨뜨린다. 홍익회 판매원도 빈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강촌, 새벽녘 북한강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30대 초반이라면 대학시절의 치기어린 추억거리 하나쯤은 그 이름에서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정겨운 강촌은 북한강을 앞으로 하고 검봉산과 구곡폭포, 봉화산을 뒤로 자리잡은 마을이다. 겨울의 강촌은 한여름의 시끌벅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강촌역에서 구곡폭포로 이어지는 거리도 한산하기만 하다. 겨울의 구곡폭포는 강촌의 또다른 낭만을 간직하고 있다. 매표소를 벗어나 서늘한 기운이 어린 잡목숲을 따라 1㎞쯤 걸었을까, 마른 가지 사이로 거대한 얼음기둥이 눈에 잡힌다. 구곡폭포의 얼음기둥은 높이만 50m에 이른다. 구곡폭포는 찾는 이들 모두에게 한겨울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인천의 백화점에 근무하는 김낙환(25)씨는 회사동료와 함께 구곡폭포를 찾았다. 『백화점은 평일 중에 하루를 쉬거든요. 거리도 멀지 않고, 겨울에 구곡폭포가 멋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정모(18)군. 꺼칠한 얼굴과 덥수룩한 머리가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논술시험이 남았지만 모처럼 시간이 생겨서 부모님과 함께 찾게 됐어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귀로에 오르는 정군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보인다.
매표소에서 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잡목이 우거져 고즈넉한 산책로 역할을 하며 주변이 공원으로 꾸며져 잠시 앉아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여행객이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탑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구곡폭포는 강촌역에서 4.5㎞ 떨어져 있다. 매표소 근처의 주차장까지 시내버스가 들어간다. 입장료는 1,000원. 구곡교에서 구곡폭포에 이르는 1.8㎞ 구간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자전거하이킹을 즐겨보는 것도 강촌에서 맛볼 수 있는 겨울의 낭만이다. 강촌역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많다. 1시간 타는 데 1인용은 2,000원, 2인용은 4,000원이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눈내린 북한강변을 달리는 기분도 그만이다. 강촌은 기차여행이 제격이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통일호열차나 무궁화호열차를 타면 북한강변의 겨울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춘천간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기다린다. 강남에서는 88고속도로를 타고 신팔당대교를 건너 덕소에서 마석으로 넘어가거나, 팔당댐과 양수교 입구를 거쳐 북한강 강변길로 오르는 길도 있다. 강북의 경우는 망우고개를 넘거나 강변북로를 타고 미금 삼거리로 빠지는 방법이 있다. 강촌 휴게소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김미경 기자>김미경>
◎인근 맛있는 집/칡국수·오리구이·민물횟집 등 다양… 분위기 있는 라이브 카페도 많아
구곡폭포로 가는 길 주변에는 별미를 자랑하는 음식점이 많다. 검봉산칡국수(0361―261―2986)에서는 검봉산에서 난 칡뿌리를 갈아 만든 갈분에 밀가루를 섞어 국수를 뽑아낸 칡국수를 내놓는다. 강촌이 고향인 주인 김복순(56)씨는 20년간 칡국수집을 운영해왔다. 쫄면처럼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작은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칡국수(3,000원)와 칡부침(2,000원)에 칡술(3,000원)을 곁들여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도토리묵(3,000원)과 산더덕(8,000원)도 먹음직스럽다. 향토막국수(0361―261―5940)는 오리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오리구이(4인분)는 2만8,000원, 청둥오리구이(4인분)는 3만3,000원. 살은 구이로 내놓고 뼈는 발라서 탕으로 내놓는다. 민물횟집 느티나무집(0361―261―1816)과 화덕에 도자기를 굽는 방식으로 바비큐를 내놓는 구곡폭포 음식공원(0361―261―7480), 표고버섯 요리가 맛있는 표고의 집(0361―261―0017) 등이 저마다 맛을 자랑한다.
북한강변의 분위기있는 카페는 강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촌역 지하의 윌(0361―261―0161)은 강촌카페의 대명사. 꼬불꼬불 휘어진 계단을 내려가면 깊은 산속의 통나무집 같은 아늑한 실내가 나온다. 30분마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기차바퀴의 진동음도 이곳에선 낭만적인 배경음악이 된다. 라이브 무대도 마련된다. 커피는 3,000원, 칵테일 3,500∼4,000원, 오징어볶음밥 5,000원, 낙지사리 1만5,000원, 두부김치 1만원. 강촌역 주변의 장수하늘소(0361―262―6888)는 MBC 대학가요제 출신의 가수 김장수가 운영하는 곳. 창밖 너머 아늑한 마을풍경을 바라보며 라이브무대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김씨의 히트곡인 「바다에 누워」커피(4,000원). 떡만두국(6,000원), 돈까스(5,500원) 스테이크(1만원) 등 식사도 된다. 구곡교 삼거리에서 폭포쪽으로 700m쯤 들어가 강촌유스호스텔을 지나면 또 다른 기차역이 기다리고 있다. 카페 폭포역(0361―262―7778). 시골 간이역같은 모습에 발길이 저절로 멈춰진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한다. 커피는 3,000∼4,500원, 파르페는 5,000원.<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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