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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만남에 의미’/제네바 4자 본회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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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만남에 의미’/제네바 4자 본회담 결산

입력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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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미관계개선 수단이용” 노골적 표출/미,남북입장사이 태도변화가능성 주목4자회담 1차 본회담은 결국 큰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의 유일한 합의는 다음 회담 개최시기와 장소뿐이다. 당초 목표였던 의제별 분과위구성 등 회담운영의 기본틀에는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앞으로 본회담의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나타났듯이 본회담이 성과를 얻기 위해선 북한의 태도변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예비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미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 ▲북·미관계개선 ▲경제제재완화 등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미가 제의한 본회담의 기본틀 구성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본회담을 단순히 예비회담의 연장선상으로 몰고가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예비회담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을 본회담 수석대표로 그대로 기용한 것에서 이미 이같은 의도가 엿보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기조연설문에서도 그 의도를 스스럼없이 밝혔다. 북한은 『4자회담을 수락한 것은 4자회담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남북대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본회담 참여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의 남북대화동시추구 발언을 일부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이 한반도 북·미관계개선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미국의 태도변화 가능성이다. 미국은 한국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대한 남북 당사자해결 원칙과 북한의 북·미평화협정체결 주장에 대해 아무런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묘한 입장 변화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은 지금까지 남북한 당사자해결원칙을 계속 지지해왔고, 한국의 동의가 없는 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본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북한에 식량지원 및 관계개선약속을 해주었다는 의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담의 이런 결과는 당연히 정부가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데도 형식적인 본회담 개최를 너무 서둘렀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제네바=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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