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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은 겨울진객 거대한 ‘둥지’/‘새박사와 함께하는 철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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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은 겨울진객 거대한 ‘둥지’/‘새박사와 함께하는 철새기행’

입력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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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노랑부리저어새 등 210만마리 찾아와/수질 나빠져 먹이 감소/서식환경은 급격 악화충남 서산군 천수만 일대는 바다와 개펄을 막아 4,300여만평의 농토를 조성한 곳이다. 이 곳 농토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간월호와 부남호 등의 호소 주변은 시베리아에서 수만㎞를 날아온 겨울철새들에게 포근한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주말 1박2일로 「새박사 윤무부 교수와 함께하는 철새기행」을 주제로 찾아간 천수만은 겨울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겨울을 나는 기러기 떼가 일출을 가리며 하늘을 덮고, 쇠물닭 천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각종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호소 위의 백조는 이들에게 평화를 약속하고 있었다.

111종 210여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불리우는 천수만 일대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적 희귀조들도 둥지를 틀고 겨울을 난다. 일찍 잠에서 깨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새들 중엔 지구상에 530마리만 존재한다는 노랑부리저어새도 보였다. 물 속의 민물고기를 찾아 주걱 같은 부리를 이리저리 젖는다는 저어새는 90년에 56마리나 발견됐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20여마리로 줄었다. 상류에는 넙적부리오리 도요새 혹부리오리 민물도요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백조의 호수」로 불리는 부남호에는 잉어 붕어 물새우 등 영양이 풍부한 먹이가 있어 간월호보다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새들과 사람사이는 좀처럼 좁히기 힘들었다. 다가가면 달아나는 새를 관찰하려면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야만 했다. 생물중 가장 아름답다는 새는 그래서 인간의 관찰에 인색해 보였다.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오염의 제공자를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윤교수에 따르면 84년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엔 1급수였던 천수만의 수질은 3급수로 떨어진지 오래다. 겉으로 깨끗해 보이는 간월호와 부남호도 호소 에는 난류성 해조류가 가을까지 번성한다. 그래서 이 일대의 어패류는 급격히 생존환경을 잃어가고 있다.

기러기 등의 철새는 겨울내내 벼이삭을 줍기 위해 농토를 헤집어 「트랙터」역할을 하고, 그들의 배설물은 최고의 천연비료이다. 그러나 기계로 농토를 갈아 엎는 바람에 철새의 먹이인 벼이삭이 남아있을리 없다. 추수가 끝나면 병충해를 예방하느라 새들의 「이부자리」인 갈대와 논둑을 태워 없앤다. 최근에는 생태계의 무법자 황소개구리가 급증, 이들의 먹이를 가로채고 있다.

생태기행 참가자들은 『철새보호구역 지정 등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천수만은 새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농토와 개펄이 될 지도 모른다』며 『인간과 새들이 친해지기 앞서 새들이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철새탐조는 녹색생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이 현대자동차 외환은행 협찬으로 동굴탐사, 농촌체험 등에 이어 올들어 7번째 개최한 생태기행이다.<천수만=정덕상 기자>

◎서해안 철새벨트 형성/천수만·금강 등 국내 최대 도래지로

천수만과 아산만, 금강 만경강 동진강 등이 철새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아 철새벨트가 서해안에 형성됐다. 2∼3년전만해도 철새의 천국이었던 낙동강하구 을숙도와 창원의 주남저수지를 제치고 한반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 13개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실시한 제2차 겨울철새 센서스에 따르면 겨울철새는 모두 111종에 552만5,019마리였다. 이중 38.8%인 214만2,000여마리가 천수만 일대에서 겨울을 났으며 ▲아산만 72만마리 ▲금강 45만마리 ▲만경강 37만마리 ▲대호 32만마리 등 상위 5위까지가 모두 서해안에 위치해 있었다.

지난달 갈대밭을 훼손하고 골프연습장을 설치해 물의를 빚은 낙동강하구 을숙도는 26만여마리로 8위에 그쳤다.

◎시화호 명암

환경운동가 최종인(43·조인프로 기술부장)씨는 시화호상류 쓰레기매립장 뒤편에서 버려진 청테이프가 주둥이에 들어붙어 먹이를 먹지 못하고 있는 왜가리를 촬영, 본사에 보내왔다. 최씨는 이와함께 인근 농로에서 찍은 세계적 희귀조 장다리물대새 사진도 제공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8일 주둥이에 붙은 청테이프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왜가리를 발견했다.

최씨는 『테이프를 떼어주려고 마취총을 구하던 중 5일쯤 뒤 사라졌다』며 『먹이를 먹을 수 없어 아마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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