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생명은 고객에 대한 신용이다. 신용의 바탕은 어떤 경우에도 금융기관에 맡긴 고객의 자산은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법적 장치와 계약에 있다. 금융기관종사자들에게 있어 직업윤리의 첫걸음도 바로 고객의 재산을 성실히 보호하고 되돌려주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부도 증권사에서 빚어진 작지만 불미스런 사건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직원들이 고객의 예탁금을 담보로 자신들의 생존권보장을 요구한 채 예탁금 반환을 거부하려는 집단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금융기관 종사자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게 될 그들의 처지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이다.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단순히 종사직원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만도 없다고 본다.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해당 증권사 경영진과 증권감독원 등 관계당국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영진은 일반기업도 아닌 고객예탁금을 받아 운영하는 증권사가 부도가 났으면 고객들에게 사과부터 하고 사후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감독당국도 무책임하기 이를데 없다. 증권사 종사자들이 고객예탁금 반환을 거부하는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누굴 믿고 금융기관을 찾겠는가.
지금 우리 금융산업은 사실상 신용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누구도, 어느 기관도 서로 믿지를 못한 채 각기 자기 살 길만 찾다보니 금융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결과적으로 누구도 살아남기 어려운 공멸의 길만을 재촉하는 꼴이 될지 모른다.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시장 참여자들, 그중에서도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냉정하고 대국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이미 14개 종금사가 업무정지를 당하는 등 금융계는 미증유의 혼란을 겪고 있다. 유사한 사건이 더 이상 벌어져선 안된다. 고객들도 예금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약속과 장치가 확고한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의식을 발휘할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