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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요”/외환딜러들 “예측 무의미” 일손놓고 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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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요”/외환딜러들 “예측 무의미” 일손놓고 망연

입력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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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한가땐 원화 폭락폭 세계 최고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요즘 내로라하는 외환 전문가조차 자신의 눈을 의심할만큼 믿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가 하면 외환시장이 열리기가 무섭게 환율이 1백원이상 수직상승을 거듭, 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지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외환시장이 공황(Panic)상태를 지나 괴멸상태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10일에도 이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이날 외환시장은 원·달러환율이 상오 9시36분 기준환율보다 68원이상 오른 1천4백90원에 개장됐는데도 불구, 1∼2건의 거래만 간신히 이뤄진뒤 정확히 37분만에 「1일 상승제한폭」인 달러당 1천5백65원90전까지 수직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딜러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일손을 놓아버렸다.

서울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요즘 외환시장은 투기꾼만이 출몰하는 주식시장을 닮아가고 있다』며 『하룻밤만 자고나면 환율이 10%이상 상승, 달러를 내놓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사겠다는 사람만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외환딜러는 『시장에서 유동성 자체가 모자란데다 앞으로도 달러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심리까지 겹치면서 환율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며 『지금같은 상태라면 당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를 차입, 시장에 개입하는 것등을 포함하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한숨을 토했다. 한편 이날 대부분 은행의 환전창구에는 고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긴채 『환율이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이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만약 11일에도 환율이 제한폭까지 상승할 경우 원화는 전세계 2백여개가 넘는 통화중 미국달러에 대한 환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통화라는 불명예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올초 원·달러환율은 8백44원대였는데 11일에도 상승제한폭(1천7백21원)까지 오른다면 절상폭은 50.8%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 바트화(39.55%), 인도네시아 루피아화(48.26%), 말레이시아 링기트화(30.96%), 대만 달러화(13.74%) 등과 비교를 하더라고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환율절하인 것이다.

환율급등(원화가치의 급락)은 국가경제력의 위축으로 직결된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가 6%의 성장을 이룰경우 경상 국민총생산(GNP)은 4백25조원으로 예상된다. 또 1인당 GNP는 원화로 9백24만5천원이다. 최근의 경제난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1인당 GNP를 달러로 환산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9백24만5천원을 연초 환율(달러당 8백44원)로 환산할 경우 1만9백53달러이지만 10일 현재의 환율(달러당 1천5백65원)로 따지면 5천9백7달러에 머물게 된다. 요컨대 환율급락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1년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88올림픽이 열리던 88년 수준으로 후퇴하게 된 것이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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