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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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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후보자 3명이 눈 귀와 입을 막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홍콩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표지에 실린 이 희화의 제목은 주식회사 한국의 차기 경영자. 대소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금융공황 한파가 세찬데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대선후보들을 풍자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엔 부도난 증권사 창구직원 한사람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사진이 실렸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실직자 취업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항의 표시로 예탁금 반환을 거부하다 고객들의 질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는 말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두 사람이라도 좋습니다. 제발 우리 직원들을 받아주십시오』 도산한 증권사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며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실직자들을 많이 채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 잘못을 사죄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일본 야마이치(산일)증권의 경우이다. ◆이 회견이 TV로 보도되자 6백여 기업체에서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젊은이들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 증권사는 고용협의회를 만들어 실직자 구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1만여명의 실직자중 5천5백여명이 일자리를 얻게 됐다. 똑같이 도산한 두 나라 증권사의 경우는 이렇게 다르다. ◆가장 책임이 크다는 사람은 물러나서도 자기는 최선을 다했는데 정치권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재경원도 중앙은행도 같은 소리 뿐이다. 대통령은 왜 아무 말이 없느냐는 소리가 사방에서 시끄러운데 청와대는 무응답이다. 책임은 국민에게만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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