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언자·시인·성직자·문인·제왕무하마드, 셰익스피어, 크롬웰. 분야는 다르지만 사회를 이끌고 통합시킨 영웅들이다. 19세기 역사가이자 문인 토머스 칼라일은 역사에서 영웅의 계보를 이렇게 적었다.
웬 영웅타령이냐는 말은 일단 접어두자. 토머스 칼라일의 「영웅의 역사」(원제 「역사에서의 영웅, 영웅숭배 및 영웅정신」)는 역사를 이끌어가는 민중의 힘을 무시한 영웅사관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하지만 막상 겉장을 열면 이 책은 정치한 논리보다는 수사적 찬사로 가득차 있다.
1840년 런던에서 6일 동안 강연한 내용을 수록한 책에서 그는 신, 예언자, 시인, 성직자, 문인, 제왕이라는 고대에서 근대까지의 여섯가지 영웅의 형태를 고찰한다. 북유럽신화의 신 오딘, 무하마드, 단테와 셰익스피어, 루터와 녹스, 존슨과 루소와 번즈, 크롬웰과 나폴레옹을 사례로 거론한다.
칼라일에 따르면 영웅이란 자신에 대한 성실함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위인이다. 영웅은 자신에겐 가혹하며 타인으로부터 동의와 복종을 이끌어낸다. 물론 칼뱅주의와 독일철학의 영향권으로 빚어진 「신의의 전달자」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우리에게 시사적인 것은 『영웅을 알아볼 줄 아는 것도 작은 영웅』이라는 대목이다. 지금 독재의 뼈아픈 기억은 잊혀지고 국가전략과 리더십이 절실해진 국가위기를 맞아 『종들의 세상은 가짜 영웅에 의해 지배되지 않을 수 없다』는 칼라일의 일갈은 각별하다. 「우리는 진짜 영웅을 가려낼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이다. 박상익 우석대 교수 옮김. 소나무발행, 1만2,000원.<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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