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서 100만파운드 선 인세 화제/인도사회 신랄히 풍자한 장편/식민지언어로 영국을 정복한 부커상 수상 무명여작가 작품/카스트제도 등 차별구조 고발올해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여작가 아룬다티 로이(36)의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문이당 발행)이 번역돼 나왔다. 시사주간 「타임」지가 97년 최고의 문제작이 될 것으로 예상, 무명작가의 처녀작을 세계 20여개 국에서 100만파운드의 선인세를 주고 출판키로 해 작품이 소개되기도 전에 화제부터 됐다.
인도사회의 관례를 어기고 벵골 힌두교도와 결혼한 여인 아무, 그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오빠 에스타와 여동생 라헬의 삶을 통해 작가는 신앙문제와 카스트제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도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미지의 땅이면서, 최근 들어서는 현대문명의 문제점들을 극복할 대안을 줄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다소 신비화돼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가 되는 인도 서남부 케랄라주의 아예메넴은 작가 로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을 배경으로 신분있는 힌두·기독교인인 가촉민과 불가촉 천민 간의 갈등, 카스트제도와 가부장제라는 다층적 차별구조의 폭력성을 건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생한 단문체에 실어 고발한다. 『소설은 복잡한 세상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한 로이는 원래 시나리오작가. 그는 패러디와 비유, 시간순서를 무시한 영화적 서술기법을 종횡으로 구사, 이같이 어려운 주제에 독자를 자연스레 끌어들인다.
로이는 이 한 편의 작품으로 「샐먼 루시디, V. S. 나이폴에 이어 식민지언어로 영국을 정복한 또 한 명의 인도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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