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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돌게 할 특단조치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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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돌게 할 특단조치를(사설)

입력
199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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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여전히 돈이 돌지 않아 재벌그룹을 포함하여 모든 기업들이 가공할 만한 자금난에 부닥쳐 있다. 기업부도―금융기관부도―기업폐쇄―실업사태 등 경제붕괴를 가져오는 금융공황의 과정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정부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협약에 따라 정부의 정책수단이 극도로 제한돼 있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IMF탓만을 할 수는 없다. 우선 IMF협약의 테두리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하고 그래도 안되는 경우에는 IMF와 협의, 협약이행과정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 효율적인 타개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금융시장이 사실상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은 은행이 종합금융사에 대한 자금제공을 중단하고 기업과 가계에 대해서도 신규대출의 중단, 기대출금의 상환연장제한 등 엄격한 여신통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초단기자금)거부는 종금사를 부도위기에 몰아가고 있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종금사들이 무차별적으로 기업어음을 교환에 회부, 기업부도사태를 무더기로 몰아 올 수 있다. 은행도 무리는 아니다. 종금사가 국내외의 경영부실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부닥쳐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정부도 불신하고 있다. 지난 2일 9개 종금사에 대해 갑자기 영업정지처분을 내려 은행권예금 1조4,000억원이 묶였기 때문이다. 은행이 또한 여신을 엄격하게 하는데는 IMF협약이 요구하는 경영개선을 이행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도 있다.

은행은 증권회사에 대해서도 사실상 자금제공을 극도로 선별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금난도 심각하다.

정부로서는 서둘러 금융시장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 IMF협약은 금융부실채권정리와 금융기관구조조정 소요자금은 재정으로 조달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신용관리기금에 출자키로 한 2조원을 조기 집행, 영업정지종금사에 물려 있는 은행예금 1조4,000억원을 빨리 풀어주어 종금사지원에 활용토록 해야 한다. 정부보유 주식·채권을 추가로 동원, 신용관리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시장정상화에는 종금사의 정리가 관건의 하나이므로 종금사의 자금부족을 하루하루 메워 주는 미봉책으로 꾸려 갈 것이 아니라 정리와 존속대상을 선별,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일본은 일본은행이 일단 도산금융기관의 채권·채무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수습하고 있다.

우리는 재정으로 부실종금사의 정리를 맡아야 하는데 예산의 재편성은 당연한 것이고 국채발행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채소화에는 국민적인 협력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IMF체제의 조기해방을 갈망하는 국민여론의 추세로 봐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으로 한계에 부닥친다면 IMF에 대해 제한된 범위에서 한은특융이나 금융기관의 경영개선조건이나 시한의 완화를 교섭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금융시장정상화에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생사의 위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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