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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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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4자회담이 9일 열렸다. 이번 회담은 1954년 7월의 베트남문제해결을 위한 제네바회담이 열렸던 바로 그 곳에서 열린다는 것과 남북한이 다 같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으면서 회담을 연다는 점에 착잡한 마음이 든다. ◆54년의 제네바회담에서는 베트남반도를 북위 17도선으로 갈라 북은 공산월맹이 통치하고 남은 월남이 관장한다는 것을 합의했었다. 물론 한반도문제를 위해 열리는 이번 제네바회담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남북한은 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조인했으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를 무시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합류한 4자회담으로 한반도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4자회담을 제안한지 1년8개월만에 열리게 된 이번 회담은 때문에 한국측으로서는 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회담진행의 기초가 된다. 북한이 4자회담에 나오는 것은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을 것이다. ◆국제회담에 나가 김정일체제를 국제적으로 선전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고 그동안 공공연하게 주장하다가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는 식량지원을 재차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한 모두가 어려운 여건속에서 이번 회담이 이뤄진 것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의 경제적 기세에 눌려 남한을 사사건건 시비의 대상으로만 삼으려 한 면이 강했다. 남한은 지금 IMF체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도 말할 것 없이 식량사정, 기본의약품부족 등으로 나라사정이 비참한 상태에 빠져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이 서로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지혜를 보여 한민족의 위기를 타개하는 길을 열게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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