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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로 읊은 깨달음의 경지들/석지현 스님 저 선시감상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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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로 읊은 깨달음의 경지들/석지현 스님 저 선시감상사전

입력
199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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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에서 성철까지 107명 작품 997편/중국·일본편 434편 등 원문·번역·해설 곁들여 2권으로 펴내『한 평생 사람들을 속였으니/그 죄업은 하늘에 넘치네/산 채로 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니/한 덩이 붉은 해는 푸른 산에 걸려 있네』 장좌불와 20년으로 현대불교사를 뒤흔든 성철(1912∼1993) 스님이 입적하며 남긴 임종계다. 선객은 마지막 가는 길의 외침마저 과격하고 거칠다. 산 체험을 죽은 말과 문자로 표현하자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열반송에는 누구나 선 자리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라는 회광반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선시는 인간정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아득한 경지를 표현한다. 『선은 원래 불립문자를 주장했기 때문에 언어사용을 극도로 절제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을 제3자에게 알리자면 어떤 식으로든 표현의 방법이 있어야 했지요. 그 깨달음의 섬세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시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는 언어의 설명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시를 빌려 깨달음의 경지를 읊은 최초의 선시가 중국의 신수와 혜능에게서 나왔습니다』

석지현 스님이 한국 중국 일본의 역대 선승과 시인 306명의 선시 1,431편을 「선시감상사전」 두 권에 모았다. 1권 한국편(3만8,000원)은 삼국시대 원효부터 고려 때 지눌을 거쳐 최근의 성철까지 107명의 작품 997편, 2권 중국·일본편(2만5,000원)은 199명의 작품 434편을 싣고 있다.

중국 영가현각(675∼713) 스님의 「증도가」의 첫 편을 들어보자.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더 이상 배울 게 없어 무위로운 사람은/번뇌를 거부하지도 않고 불멸을 갈구하지도 않나니/번뇌는 불성이요/덧없는 이 육신은 그대로 불멸의 몸인 것을」. 현각스님은 혜능을 만나 크게 깨달은 날 밤의 희열을 단숨에 8편의 시로 읊었다.

구한말의 대선객 경허(1849∼1912) 스님의 오도송도 그에 못지 않다.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들으매/온 우주가 나 자신임을 깨달았네/6월 연암산(충남 단산에 있는 산) 아래 길/하릴없는 들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이 깨침의 노래를 두고 제자 만공과 만공의 제자 전강이 나눈 문답도 유명하다. 「전강:경허스님 오도송의 끝구절이 냄새가 납니다. 만공:어디 자네가 한 번 바로잡아 보게. 전강:하릴없는 들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를 이렇게 바로잡아야 합니다(이어 전강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만공:멋지네, 참으로 멋지네」.

우리말 번역시를 앞에 놓고 그 아래 한문 원시를 두었다. 특히 「선시해설」은 감상의 길잡이가 된다. 민족사 발행.<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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