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진원지 방치땐 공멸 판단/종금반발 막고 은행 설득 “관건”정부가 종합금융사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것은 금융기관은 물론 대형재벌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대형부도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진원지인 부실 종금사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이후 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실 종금사를 통해 자금이 끝없이 빠져나가고 종금사들은 부도를 피하기위해 기업들의 자금을 회수, 단기금융(콜)시장이 마비된데 따른 것이다. 종금사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기업들의 연쇄부도, 더 나가서는 「국가부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경제원 당국자가 9일 『현재로선 종합금융사보다 기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불안심리확산의 진원지인 부실종금사들을 퇴출시킴으로써 은행의 자금지원이 재개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금사에 대해 추가로 영업정지를 시키는 대신 이들의 여신 회수 및 대출중단으로 기업부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첫째는 7개 지방은행에 허용된 기업어음(CP) 할인업무를 한시적으로 전 은행으로 확대 허용, 종금사의 기업자금 공급역할을 은행이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종금사 자체 보유 CP는 20조원에 달한다.
둘째는 종금사가 갖고 있던 기업들의 여신을 은행으로 돌리는 한편 신규여신도 이들 은행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은행의 콜자금 대출여력를 확대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연기금 및 예금보험공사(재정)가 매입,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넷째는 업무정지를 당하지 않는 종금사가 자금난에 시달려 CP를 회수하는 사태를 막기위해 콜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자금사정이 좋은 국민·주택·산업 은행, 농협 등이 종금사에 콜자금을 계속 공급토록 하는 한편 ▲영업정지된 종금사에 묶여 있는 콜론 1조4천억원어치를 조기에 푸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종금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종금사들은 부실의 상당부분이 정부가 급조해 낸 부도유예협약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무구구조가 탄탄하고 자금조달능력이 좋은 종금사들은 내심 추가 영업정지조치를 취해서라도 종금업계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은행의 협조여부다. CP업무를 허용해주더라도 은행이 이를 기피할 경우 실효성없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데 재정부문에서 24조원을 보조해 주기로 한 IMF와의 합의를 근거로 은행들을 설득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들 방안이 곧 시행될 경우 종금사의 영업기반은 사실상 와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종금사중 일부는 폐쇄되거나 인수·합병(M&A)의 대상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정부도 IMF와의 합의에 따라 부실 금융기관의 조기 정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를 계기로 종금 은행 증권 등의 M&A를 적극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금융기관간 「짝짓기」는 상당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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