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종금 돈줄 막히자 연말 자금난 비상/‘빅3’조차 규모·시기·금리불문 어음할인 요청LG그룹 구본무 회장은 9일 월례 임원모임에서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기위한 비장한 각오를 촉구했다. 위기상황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 강한 의지를 갖고 하루빨리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한 구회장은 구체적인 지시사항중 하나로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풀이하면 『어떻해서든지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금융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사상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현실을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구회장의 말처럼 최근 기업들은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부도의 위기감에 휩싸여 생존을 위한 연말 자금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에게 운영자금을 제공해온 종합금융사들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금융권을 통한 자금확보 채널이 막힌데다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인 여신회수에 나서고 있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부도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기업들은 현금거래, 공사 선수금 확대 등 모든 방법을 동원, 긴급 자금확보를 위한 「총알비축 7일작전」과 「막판막기 10일작전」 등을 통해 연말자금 모으기에 혈안이 돼있다.
9일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에 따르면 종금사들의 위기로 자금이 마른 국내 3빅 등 10대 기업들이 사채시장에 내놓은 융통·진성어음만 무려 1조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빅3중 한 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건설업체명의 1,500억원 상당 융통어음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500억원만 소화되자 3일후 계열사 전자 업체명으로 1,000억원 규모의 어음을 내놓았다. 재계서열 1, 2위를 다투는 모기업은 명동 큰손들에게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규모 시기 금리 등을 묻지않는 3불문형식의 어음할인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력그룹은 주력사 명의의 1,000억원 규모의 융통어음을 내놓고 주인을 찾고 있는 상태. 한편 10∼30대 기업들중 절반 이상이 자금확보를 위해 기업어음 등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할인되는 어음은 극소수에 불과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0대 밖의 기업들은 그나마 명함도 내지 못할 정도.
명동에서 손꼽히는 한 사채업체는 『이제 10대안팎의 그룹들도 할인받고 싶은 어음규모를 밝히기 보다는 사채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어음을 할인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입장』이라고 연말을 앞둔 기업들의 다급한 자금경색 정도를 설명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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