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인석 비워 둡시다”『단순히 자리 양보 받자고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것이 예의가 땅에 떨어지고 중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난달 23일부터 일요일마다 지하철을 돌며 「노약자·장애인 보호석 비워두기」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숙년회의 이성렬(74) 회장은 「예의」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나라에 위기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회원 중 60세 이상의 노인들로 구성된 숙년회가 지하철에서 잠자는 양심을 깨우러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참여연대 숙년회가 결성된 것은 올해 4월. 마당발 이회장이 앞장서 노인회원 200여명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노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당장 이 문제가 나왔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숙년회의 첫사업인 셈이다.
『군자지국임을 자부했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보호석 비워두기」는 오히려 외국에서 더 철저합니다』 평생을 4H연합회에서 농촌 청년 교육에 바쳐온 이회장은 지하철에서 노인을 세워두고 눈을 감는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교육이 「약은 지식인」만을 양산해왔다는 자책을 수도 없이 했다고 털어놨다.
『젊은 사람들이 PC통신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어떤 얘기를 하는지도 대충 알고있습니다. 「일하는 젊은이들이 자리에 앉아가야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있다더군요』 하지만 이회장은 보호석 비워두기는 합리성으로 따질 문제가 아닌 인간 본연의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선박 꼴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에 노인들이 그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장은 「본관 바로 알기」 「고향에 꽃나무 보내기」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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