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쇼크는 정말 대단하다. 파괴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마치 국가경제가 네이팜탄에라도 맞은 것 같다. IMF양해각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내로라하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도산할지….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내년에 실업자가 100만∼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연구담당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실질적인 실업자가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외신이 전하는 태국의 대량실업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미증유의 대재앙이다.우리정부는 왜 IMF의 가혹한 조건을 거부하지 못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IMF의 조건을 거부했을 때의 결과가 차마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끔찍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이미 바닥나 있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국가가 부도날 판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사실상의 부도상태에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부도가 난 것은 아니다. 부도가 유예된 상태다. IMF구제금융이라는 산소호흡기를 코에다 대고 숨을 쉬고 있는 형국이다. IMF와 협상이 결렬되어 달러조달이 안될 경우 대외지불정지(모라토리엄)선언이 불가피하다. 이게 바로 공식적인 국가부도다.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수출입이 사실상 정지되고 금융거래가 차단된다. 부도난 국가와 누가 거래를 하겠는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모라토리엄은 그 자체로 완전 파멸을 의미한다. 지금의 상황은 모라토리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IMF는 우리의 이런 약점을 철저히 활용, 까다로울 정도가 아니라 잔인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파멸의 위기에서 일단 탈출하는 것이다. 허리케인에 휘말린 「구멍난 배」를 안전지대로 대피시켜야 한다.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실무자들은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며 모라토리엄을 막기위해 외국기관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피가 마르고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여기서 다시 실수하면 우리나라는 끝장이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겠다. 감옥에도 갈 수 있다. 그러나 국가파멸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모라토리엄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진다. 제발 사태수습만이라도 잘 하게 해 달라』 외환당국의 실무자들은 절규하고 있다. 지금 이들에게 돌멩이를 던지면 안된다. 사태수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국가부도를 낸 과오를 면탈해 주자는게 아니다. 지금은 완전파멸을 막는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밉든 곱든 그들이 사태수습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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