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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려면­「투명」으로 신용회복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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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려면­「투명」으로 신용회복을(사설)

입력
199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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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체제로 전락한 원인은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신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외국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나 기업, 금융기관을 믿을 수 없게 되면서 돈줄을 끊거나 빌려준 돈을 급히 회수해 버린 것이다.구제금융 협상과정에서 IMF측이 표시한 한국에 대한 불신은 실로 창피하기 이를데 없었다. 결국은 굴욕적인 이행각서에 합의하고도 대통령후보들의 보증서까지 갖다 바쳤다. IMF가 합의각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초점은 한국경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강제적 제도개선에 맞춰져 있다. 은행에 대해 국제회계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대기업에 대해선 계열사를 망라한 결합재무제표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도 국제기준으로 엄격히 할 것을 명시했다.

IMF측은 한국이 경제운영의 투명성을 국제수준으로 높이지 못한다면 한국경제가 더 이상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장은 IMF가 제시한 경제의 신뢰확보를 위한 제도적 이행을 미룬다면 그나마 약속된 국제적 구제금융마저 제대로 받지 못할 형편이다. 우리 경제가 다시 활로를 찾으려면 이제 경제운영의 투명성확보는 더 미룰 수 없는 전제가 되었다. 투명성확보는 국제적 신용회복을 뜻하고 단절된 국제금융기관과의 크레딧라인(신용대출)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비록 벼랑끝에 몰려서야 경제투명성확보를 위한 제도개편에 착수하게 되었지만 경제의 투명성제고는 어제 오늘에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의 투명성이란 경제의 실상과 프로세스를 국제적 기준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경제통계나 기업재무제표, 금융기관의 수지결산 등을 믿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산업정책의 독단등 정부의 밀실행정, 내부거래 등 대기업의 밀폐경영, 대출의 정치적 결정 등 관치금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러니 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국내신용평가를 믿을 리 없다. 사실 한보 이후 기아에 이르기까지 부도 대기업들의 신용평가가 불량하게 나온 적이 없었다.

정부의 위기관리 허점도 불투명한 통계나 정부운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가용외환이 바닥이 나고서야 구제금융을 요청한 정부의 허둥댐은 좋은 실례다.

경제운영의 투명성확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이 옳다 하더라도 급격한 추진은 오히려 우리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우려도 있다. 단기간내에 BIS비율을 맞추라는 요구 때문에 은행마다 돈을 회수해 자금시장이 마비되고 있다. 50여년의 관행을 하루 아침에 바꾸려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정부는 작업의 방향을 분명히 하되 우리체질을 감안한 추진일정을 IMF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쓴 약이라고 모두 보약이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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