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파산위기전설적인 스타들이 잠들어 있는 할리우드의 「메모리얼 파크(기념공원)」가 로스앤젤레스 금융가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이 묘지는 30세에 요절한 무성영화시대의 전설적인 미남배우 루돌프 발렌티노와 「십계」의 세실 B. 드밀 감독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묻혀 있는 관광명소.
그러나 대부금 270만달러를 제때 갚지 못해 지난해 은행에 넘어갔다. 뜻하지 않은 담보물을 떠안게 된 은행측은 지난달 이 묘지를 경매에 부쳤으나 최저입찰가인 50만달러에도 응찰자가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은행측은 이 묘지에 대해 파산신청을 하기로 했는데 법원심리가 10일로 다가왔다.
코리아타운 북쪽 파라마운트사에 인접한 메모리얼 파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 왕년의 스타들은 물론 LA타임스 창간발행인 등 각계 저명인사 400여명이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타는 단연 발렌티노. 「네트워크」로 사후에 아카데미 주연상을 탄 피터 핀치, 「M」의 주연을 맡았던 헝가리계 성격파 배우 피터 로레, 뮤지컬 스타 엘리노어 파웰, 영화사 UA의 공동창립자이자 무성영화시대 슈퍼스타 더글러스 페어뱅크스1세도 함께 누워 있다.
발렌티노의 무덤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은 가슴이 컸던 육체파 배우 제인 맨스필드의 유택. 그는 아깝게도 서른셋 한창 나이에 교통사고로 비운에 갔다.
그 옆에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재닛 게이너, 존 휴스턴 감독, 오스트리아 태생 망명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 「루이 파스퇴르의 이야기」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폴 뮤니 등이 잠들어 있다.
파라마운트사의 공동창립자 제시 래스키를 비롯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빅터 플레밍 감독, 갱스터역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G. 로빈슨, 두말할 나위없는 천재 찰리 채플린 등 할리우드에서 슈퍼파워를 자랑하던 인사들도 양지바른 곳에서 평화를 즐기고 있다.
파산 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7일 낮에 찾은 메모리얼 파크의 겨울 햇살은 따사롭기만 했다.<박흥진 미주본사 칼럼니스트 편집위원>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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