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9단 초읽기 몰려 팻감 안쓰고 패 따내/체면 구기며 유시훈에 져정상급 프로기사가 실수로 바둑룰을 어겨 반칙패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일본의 구도 노리오(공등기부) 9단. 그는 4일 일본에서 열린 제23기 일본 천원전 도전5번기 제3국에서 타이틀보유자 유시훈 7단에게 202수만에 백으로 반칙패했다. 바둑이 끝나갈 무렵 좌하귀 부근에 큰 패가 생겼는데 구도 9단이 초읽기에 몰려 팻감을 쓸 차례에서 그냥 패를 따내는 반칙을 범했다. 바둑은 패와 관계없이 흑의 승리가 거의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2연승을 거두며 타이틀 획득을 코 앞에 둔 구도 9단에게는 체면을 손상하는 어이없는 실수였다. 제4국은 15일 고베에서 열린다.
정상급 기사가 반칙패하는 경우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하다. 80년 조치훈 9단의 「반칙사건」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온다. 제5기 일본 명인전 도전7번기 3국. 조 9단은 타이틀 보유자 오다케 히데오(대죽영웅) 9단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수읽기에 골몰하던 조 9단은 기록계에게 『패를 따낼 차례냐』고 물었고, 기록계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 9단은 기록계의 말을 믿고 패를 따냈으나 사실은 팻감을 쓸 차례였다. 당시 바둑은 미세하지만 조 9단이 유리한 상황이었고 기록계에게 바둑 둘 차례를 묻는 것이 관행으로 인정되던 터여서 일본기원은 이 대국을 무승부 처리했다. 도전기는 4승1무1패로 조치훈 9단의 승리. 일본기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착수는 전적으로 바둑을 두는 당사자의 책임이라는 조항을 바둑규정에 명문화했다.
87년에는 린하이펑(림해봉) 9단이 반칙패한 사건이 벌어졌다. 제12기 일본 명인전 도전7번기 제2국. 1패를 기록한 린하이펑 9단은 타이틀보유자 가토 마사오(가등정부) 9단과 맞붙었다. 수읽기에 골몰하던 린하이펑 9단이 착수를 했고 가토 9단이 받았다. 그러자 기록계가 두 대국자를 제지했다. 『가토 9단이 둘 차례였습니다』 결국 린하이펑 9단에 반칙패가 선언됐고 가토 9단은 4연승, 타이틀을 방어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굵직한 기전의 대국에서 반칙은 아직 없다. 다만 속기전이나 예선에서 1년에 한 두번 꼴로 반칙패가 나온다.
반칙패는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딸 때 ▲잡은 돌을 들어내지 않을 때 ▲한 번 둔 돌을 들어내 다른 곳에 둘 때(단 실수로 떨어진 경우는 착수로 인정하지 않음) ▲제한시간 초과 ▲따낼 수 없는 돌을 들어냈을 때 선언된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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