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술 연구로 승부걸래요”『전자쥐와 함께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4학년 하인용(23)씨. 지난주 대학원입학시험을 치르고 B-ISDN(광대역통신망)연구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취미라야 애인만나기와 「전자쥐」와의 씨름 단두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 전자쥐는 취미 이상의 그 「무엇」이다. 실제로 93학번인 그가 아예 1년을 몽땅 전자쥐에게 바친 바람에 이제사 4학년인 것을 보면 전자쥐에 대한 「사랑」은 거의 열정이나 집념에 가깝다.
전자쥐는 중앙연산장치와 자외선센서, 자체 동력을 갖춘 로봇의 한 종류. 이 전자쥐를 가로·세로 3m크기의 복잡한 미로속에 집어넣어 가능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가장 빠른 시간안에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는 대회는 이미 전세계 전자공학도들 사이에 성취해야 할 「목표」가 된지 오래이다. 가·감속능력, 회전방법, 자신의 위치 및 벽과의 거리측정능력, 그리고 미로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표를 찾아내는 능력 등이 모두 필요하므로 전자쥐는 사실상 전자공학기술의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하씨는 전자쥐에 관한한 이미 세계적 「권위자」이다. 지난달 22일 일본 동경에서 열렸던 「제18회 전일본 마이크로마우스(전자쥐)콘테스트」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 유수의 참가팀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전자쥐 50마리가 참가해 실력을 겨룬 이 대회에서 하씨를 비롯한 우리나라 참가팀들이 1등에서 5등까지 휩쓸었다.
『일본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몇년사이에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에 전자쥐가 처음 일반에 알려진 것은 83년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경진대회가 열리면서 부터이다. 93년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대회가 개최됐고 현재 동호인들도 2만여명으로 늘어났지만 저변만으로 보자면 수십만의 동호인을 가진 일본이나 미국에는 아직 비할 바가 아니다.
『학과내의 서클 「HandS」친구들과 함께 밤을 세운적도 많습니다. 전자쥐 한마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년이 걸리기도 하지요』 하씨가 이번에 일본에 데려가 우승한 애서 「두―둥」은 1년여에 걸쳐 총 50만원을 들여 제작한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벤처기업을 설립해 첨단기술 개발에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는 하씨는 『어려운 나라형편에 일조하는 길은 첨단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며 서둘러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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