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규모 85조… 단기자금 파괴력 은행권과 버금/은행도산으로 비화될땐 국가경제 와해 가능성도80년대 이후 은행권과 함께 산업부문에 대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종금업계가 「업종부도」상황으로 몰리고있다. 재정경제원이 지난 2일 9개 종금사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촉발된 자금시장 마비가 급기야 멀쩡하던 10개 종금사로 번지면서 마침내 나머지 11개 우량 종금사들까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종금업계의 총여신규모는 11월말 현재 약 85조원으로 은행 보험까지 포함한 금융권 전체 여신규모(3백20조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단기자금을 산업부문에 공급하는 종금업의 성격상 종금업계가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파괴력은 여신규모가 3배이상인 은행권에 버금간다』고 평가하고 있다. 종금사들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대출을 만기가 3개월인 기업어음(CP)을 통해 운용하므로 종금의 자금흐름이 끊길 경우 대출기간이 1년이상인 은행이나 보험회사보다 파괴력이 3배이상 증폭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금업계의 파괴력은 한보 기아 삼미 진로그룹 등 올들어 좌초한 대기업들이 모두 과도한 종금사 여신 때문에 쓰러졌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또 전체 여신규모가 25조9천5백60억원에 불과한 9개 종금사의 「영업정지」조치가 콜시장을 마비상태에 몰고 간 것도 종금업계 파괴력의 한 예이다.
전체 30개 회사 종금사가운데 9개사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영업정지」상태이고 나머지 10개 회사는 자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사람으로 따지면 전신이 마비되고 머리만 남아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사태는 1조1천억원의 콜자금을 9개 영업정지 종금사에 빌려줬던 은행권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나머지 10개 종금사에 대한 자금지원도 꺼리는 등 금융질서의 기본전제인 「금융기관간 신뢰」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종금업계에서 막혀버린 자금흐름을 풀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아직은 명맥을 잇고 있는 11개 우량 종금사들도 이달을 넘기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종금업계의 업종부도는 대기업의 연쇄부도와 은행도산으로 이어져 사실상 국가경제를 와해시킬 가능성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콜자금을 확보하려는 종금사들이 필사의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국내 대기업중 견뎌낼 곳이 없고 이는 한보·기아사태와는 질적으로 틀린 대규모 부도사태를 발생시켜 국가경제가 사실상 몰락하는 은행업의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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