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증권사도 인출요구·문의 빗발/곳곳 투자자직원 거센 실랑이/“연쇄부도” 꼬리문 풍문 몸살도회생이 불가능할 경우 2개 부실은행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국제통화기금(IMF)합의문이 발표되고 고려증권이 부도에 휘말리면서 은행고객들과 일반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도처리된 고려증권은 6일 상오부터 주식계좌 이체 등을 요구하거나 부도에 항의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머지 증권사에도 연쇄부도를 우려, 예탁금을 인출하려는 투자자들과 이를 만류하는 직원들간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고려증권의 전국 52개 지점에는 이날 개점과 동시에 고객들이 몰려들어 주식계좌 이체를 요구했으며 예탁금의 안전한 회수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도 쇄도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지점에서 계좌이체 신청처리 이외의 다른 업무는 거의 마비됐으며 일부지점은 한때 고객들의 계좌이체 요구를 거부하거나 업무를 조기 중단,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고려증권 무역센터지점은 이날 『본사와 증권예탁원으로부터 계좌이체 허용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거부, 1백여명의 고객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지점측은 상오 10시15분께야 이체업무를 개시했으나 몇건만 처리한 채 20여분만에 업무를 마감한 뒤 『신청만 해놓고 월요일에 다시 오라』며 고객들을 돌려 보냈다.
남영동지점도 평소보다 3∼4배나 많은 1백여명의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계좌이체 신청업무를 상오 10시30분에 중단했다. 창구직원 김모(35)씨는 『본점과 증권예탁원 단말기를 통한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는데다 타증권사의 주말 거래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득이 신청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창구에는 금융상품 해약문의도 줄을 이었다. 연말 세액공제혜택을 받기 위해 근로자주식저축에 가입했다는 박모(42)씨는 『이체는 불가능하며 부득이 해지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박씨는 『불입금의 5%를 세금에서 공제받는 것만도 서민들에게는 큰 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증권사들의 연쇄부도 소문이 증권가를 휩쓸면서 S, H, J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의 예탁금 인출요구와 사실여부 확인전화로 업무시간 내내 몸살을 앓았다. 한편 2개 은행에 대한 폐쇄 등을 명문화한 정부와 IMF의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은행에도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많았으나 4일 일부은행에서 일어났던 대량 인출사태는 없었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2개 은행에서 인출된 예금은 약 5천억원가량』이라며 『이 돈은 시중 우량은행과 투신사, 외국계은행 등에 분산예치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정진황·유병률·김정곤 기자>정진황·유병률·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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