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은 정리’ 등 드러나자 “혼란우려 불가피”/“굴욕적 협상내용 여론의식 은폐” 비난 높아정부가 뒤늦게 공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에 관한 합의서(이행각서) 원문에 2개 부실은행에 대한 정리계획 등 엄청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5일 상오 10시 IMF와의 합의내용을 공식발표할 당시 공식부인했던 사안이어서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재경원은 왜 숨겼을까. 더 숨긴 것은 없나.
임부총리는 5일 부실은행의 폐쇄와 관련, 『합의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2개 부실 은행을 강제합병하기로 합의했다고 흘리자 재경원측은 『폐쇄나 강제합병 등 은행의 정리에 관한 논의는 협상의 전과정에서 이뤄진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었다.
임부총리는 그러나 하루만인 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해당)은행의 공신력 유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IMF측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고 은폐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영문합의서의 해당 구절을 직접 해석해 가며 『근본 뜻은 폐쇄가 아니라 경영개선이다. 설사 폐쇄하더라도 결정은 IMF가 아닌 우리 당국이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혼란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숨겼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재경원은 협상타결 직후 『최단 시일내에 사상 최대규모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고 과시했던 터여서 협상이 지나치게 굴욕적인 자세로 진행됐다는 여론을 의식해 양보한 사항을 최대한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재경원은 더 숨긴 것이 없을까.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의향서와 이행각서(합의문) 두가지. 그러나 부속문서(기술적 이행문서)가 또 있다. 이 문서에는 부실 종금사와 부실은행의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협상과정이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합의되지 못한 부문에 대해서는 내년초에 방한하는 IMF 상주단이나 미국 일본 등 개별국가들에 「최대한의 협조」를 약속한 대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의향서에 「한국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어떤 다른 조치나 방법도 단호하게 이행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합의사항 이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는 국민들의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재경원이 협상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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